낙태죄, 헌법재판관 7:2 의견 헌법불합치... "우리가 승리했다" vs "무엇이 기쁜가"
합헌 소수의견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 아닌 윤리 어긋나는 생명침해행위"
임신 어느 시기까지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 낙태죄 폐지 따른 대안 모색 고민해야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취재파일’, 오늘(12일)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소수의견’ 얘기해 보겠습니다.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 2시가 좀 지난 시간, 헌재에서 무조건적인 낙태 처벌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지 결정이 내려지던 순간, 헌재 바깥 풍경은 극과 극으로 갈라졌습니다.

낙태죄 폐지를 외쳤던 쪽에선 "승리했습니다. 낙태죄는 위헌입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를 외치며 환호했습니다. "오늘은 기쁜 날"을 외치는 그들의 눈엔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태아도 생명입니다"를 외치며 낙태죄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쪽은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기쁩니까. 이게 기뻐할 일입니까"라고 외치는 이들의 눈에도 또한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같은 눈물에 정 반대의 의미. 그렇게 두 다른 눈물과 함께 낙태죄는 형법에 생긴지 66년 만에 헌법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헌재 재판관 7명의 다수의견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그렇듯 일단의 진실은 소수의견에도 존재합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에 어긋나는 생명침해행위이다." 

낙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본질적으로 ‘생명침해 행위’라는 것이 조용호·이종석 두 헌법재판관의 낙태죄는 위헌이 아니라는 소수의견입니다. 헌법재판소 낙태죄 합헌 소수의견.

“지금 우리가 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합헌의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 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태아였다.”

누구도,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에 기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던 이들조차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우리는 모두 태아였다. 낙태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었다는 조용호·이종석 헌법재판관의 소수의견.

조용호·이종석 헌법재판관은 말합니다. 

“인간의 생명이 존재하는 곳에 존엄이 따르며, 생명의 주체가 스스로 존엄한 존재임을 의식하고 있는지 여부나 존엄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자아의식이 없는 태아라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태아라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어서 더더욱 생명으로서 존엄을 지켜주고 지켜져야 한다는 소수의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에 묻히는 게 재판의 타고난 속성이자 운명이니 낙태죄 폐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기뻐하거나 또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낙태죄 폐지를 두고 벌였던 치열한 논쟁과 공방도 이젠 더 이상 유효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2020년 12월 31일. 헌재가 제시한 낙태죄 일몰 시한입니다. 1년 10개월이 채 안 남았습니다. 

임신 어느 시기까지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 좀 더 직설적으로 어느 시기까지 태아를 죽이는 걸 허용할 것인지, 실정법적으로는 생명이 어느 시기부터 존엄한 존재로서 헌법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를 정하여야 하는 지난한 난제.  

의학과 철학, 법학, 신학이, 사회 전체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법률방송 '취재파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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