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가 죄가 아닌 세상, 실감이 좀 안 났어요"... 낙태죄 폐지 류민희 변호사 인터뷰
"낙태가 죄가 아닌 세상, 실감이 좀 안 났어요"... 낙태죄 폐지 류민희 변호사 인터뷰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4.12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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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희 변호사, 헌재 낙태죄 위헌심판 공동대리인단 참여
"헌재, 인간의 존엄성과 여성 자기결정권 존중한 명 판결"
"낙태죄 폐지 후속 조치... 형법 개정 아닌 별도 입법으로"

[법률방송뉴스] 66년간 견고하게 유지되어왔던 ‘낙태는 죄’라는 법적 명제가 어제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깨졌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법률방송이 오늘(12일) 낙태죄 위헌심판 공동대리인단 류민희 변호사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한 류민희 변호사는 어제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감사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류민희 변호사 /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
“약간 실감이 좀 안 났어요. 더 이상 죄가 아니게 됐다는 것, 여성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결정을 자율적으로 주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된 세상. 그렇게 생각하니까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66년 만에 낙태가 더 이상 죄가 아니게 된 세상. 낙태죄와 관련해 류 변호사가 생각했던 세상은 이런 세상이었습니다.

[류민희 변호사 /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
“임신·출산·양육의 1차적인 주체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결정을 의심하지 말고 형법으로 단죄하지 말고 좋은 결정을 하고 그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장하는 것이...”

그런 세상을 위해 낙태죄 폐지 헌재 위헌심판에 뛰어들긴 했지만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낙태를 죄로 규정해서 벌어지는 일들이 류 변호사를 가만있을 수 없게 했습니다.

[류민희 변호사 /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
“이게 죄로 돼 있기 때문에 초기에 이것을 양질의 의료를 받지 못하고 판단 시기도 늦어지고 현금을 들고 버스를 타고 먼 곳에 가서 늦은 시기에 좋지 않은 의료를 받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정말 극단적인 예로는 좋지 않은 시술을 받아서 사망한 2012년 고등학생 사건도 있고...”

헌재는 앞서 지난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었는데, 류 변호사는 그 결정이 낙태죄 폐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여론을 촉발한 촉매제로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류민희 변호사 /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
“그 결정 자체로 어떤 분들은 이게 형법에 죄였는지도 난 몰랐다. 그런 분들도 계셨고 이것 때문에 내가 인생 선택에 제약을 받는구나. 부당하다 라고 느끼는 여성들도 늘어났고. 이런 죄가 왜 한국에 아직까지도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늘어났고...”

어제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문에 대해선 인간의 존엄과 자기결정권과 관련해 두고두고 인용될 명문이라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류민희 변호사 /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
“자기결정권에 대한 판단, 그 내용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이것은 국가가 형벌로 규제해야 될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결정을 존중해야 된다. 이 의미가 너무 좋았고 앞으로 많이 인용될 좋은 표현인 것 같습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에 우선할 수 없다’는 낙태죄 폐지 반대쪽의 주장에 대해선 두 권리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대립된 권리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태아에게도 임부에게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지, 태아를 죽일 권리를 부여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류민희 변호사 /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말하는 것은 사실은 어떤 결정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선택을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보장의 차원으로 사고를 해야 된다는 것이라서 저는 근본적인 대립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선 형법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낙태와 관련된 별도의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류민희 변호사 /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
“의료적으로도 여성에게 안전한 낙태는 초기 낙태인 것은 분명하고요. 하지만 그것을 권장하기 위해서 특정 어떤 주 수를 형법에 입법하는 것은 적절한 방식이 아니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조기에 결정을 해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하는 게 맞다고 보여 집니다.”

낙태를 단순히 태아를 죽이고 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임신·출산과 관련된 통합적이고도 체계적인 문제의 한 부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류 변호사의 말입니다.

[류민희 변호사 /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
“건강보험 체계에 들어가야 되고 지방이라든지 이주여성이라든지 장애여성이라든지 이런 접근성 낮은 분들은 어떻게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그리고 피임이라든지 임신 출산과 관련된 많은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통합적으로...”

‘낙태는 죄인가 아닌가’ 해묵은 논란은 어제로 끝났고 이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건강권을 어떤 식으로 보호할지. 그 구체적 실현 방안 마련에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말로 류민희 변호사는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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