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는 위헌"... 헌재 결정 기다리던 사람들 '다른 의미'의 눈물
"낙태죄는 위헌"... 헌재 결정 기다리던 사람들 '다른 의미'의 눈물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4.11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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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주장 시민단체 관계자들 "치욕의 역사에 종지부"
"뻔뻔스럽게 태아 살해 인정하는 국가로"... 반대자들은 분노
낙태 허용 시기 '임신 22주' 내외가 가이드라인으로 될 듯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결정을 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결정을 기다리던 낙태죄 찬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환호와 탄식의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률방송=그래픽 김현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결정을 내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결정을 기다리던 낙태죄 찬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환호와 탄식의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률방송=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뉴스] “승리했습니다. 낙태죄는 위헌입니다.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기쁨의 함성, 그리고 감격의 눈물.

“위기가 왔습니다. 이 위기를 좋은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분노와 탄식, 그리고 힘 풀린 다리.

11일 오후 2시45분, ‘낙태가 죄인지 아닌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앞.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극과 극의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헌재는 이날 1953년 우리 형법에 낙태죄가 규정된 지 66년 만에, 낙태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낙태죄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온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그동안 수고했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문서리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오늘 2019년 4월 11일은 정말 역사적인 날, 승리의 날, 그동안 우리나라 치욕의 역사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라며 “우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형법 개정과 모자보건법의 전면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이 천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반대편, 낙태죄 유지를 주장해온 낙태반대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눈을 질끈 감으며 "대한민국이 침몰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헌법재판소가 허울좋은 자기결정권이라는 미명 하에 뻔뻔스럽게도 태아 살해행위를 인정하는 나라임을 세계 만방에 공포하고 말았다”며 “태아의 생명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심히 부끄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분노를 표했다.

헌재 앞에 몰린 수많은 취재진과 경찰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의미의 눈물이 공존하는 현장과 함께했다. 외신 기자들, 재동 길을 지나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대한민국에서 낙태죄가 폐지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지켜봤다.

▦ 헌법재판소 재판관 7명 "위헌"... 2명 "합헌"

헌재는 이날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다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재판관 4명은 '헌법불합치', 3명은 '단순위헌', 2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이른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자기낙태죄에 종속돼 처벌되는 범죄다.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할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는 것이 이들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의견이다.

이들은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 출산 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고 부연했다.

4명의 재판관은 그러면서 ‘임신 여성의 마지막 생리기간 첫날부터 기산해 22주(임신 22주)’를 낙태 허용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이하 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결정가능기간’이라 한다)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하면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는 경우 법 개정에 시한을 두는 것을 말한다. 현행 법규정을 잠정적으로 유지하되, 국회에 시한을 정해 입법을 하도록 주문하는 것이다.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명백한 의견을 냈다.

3명의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이 지적하는 기간과 상황에서의 낙태까지도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다만 “우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른바 ‘임신 제1삼분기(first trimester·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이하 ‘심판대상 조항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고 덧붙였다.

임신 14주 무렵까지는 여성의 숙고와 판단에 따른 낙태를 무조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재판관들은 “임신한 여성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간 내에도 국가가 낙태를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줄 뿐이라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그러므로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하여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인 임신 제1삼분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은 낙태죄가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대하고도 절실한 공익이다. 생명권은 그 특성상 일부 제한을 상정할 수 없고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며, 낙태된 태아는 생명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며 “태아의 생명 보호의 중요성과 생명권 침해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할 때, 입법자는 가능한 한 태아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 생명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 2020년 말까지 형법 개정... 안되면 자동 폐지

헌재 결정에 따라 형법의 낙태죄 규정을 66년 만에 손질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법 개정은 임신 후 일정 기간 내에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는 헌재 결정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형법을 개정해야 하며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낙태죄 폐지 대리인단 단장인 김수정 변호사는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입법 과정이 남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보면 입법을 어떤 관점에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했다. 그것은 더 이상 여성을 의심하고 규제하고 처벌하는 방법으로 출산을 강제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라는 이번 헌법재판소 선언에 걸맞게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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