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 헌재, 재판관 7:2 헌법불합치
미국 텍사스 거주 미혼여성 노마 맥코비, 1970년 낙태금지 위헌소송 제기
"임신을 중단 권리도 헌법적 권리"... 미국 대법원 1973, 낙태죄 위헌 선고
이후 '낙태 찬성 운동'에 매진... 낙태 실상에 충격 낙태 반대론자로 돌아서

[법률방송뉴스] 헌법재판소가 오늘(11일) 임신 초기 낙태까지 무조건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재판관 7: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늘 헌재 결정으로 낙태죄는 도입 6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1969년 미국 텍사스에 살던 21살의 미혼여성 노마 맥코비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강간을 당해 임신한 것이라며 낙태 수술을 병원에 요청합니다.

하지만 당시 텍사스 주법은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병원은 임산부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아니고 강간 사건에 대한 경찰 보고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낙태를 거부합니다.

이에 맥코이는 1970년 텍사스 주를 상대로 낙태 금지는 위헌이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원고 맥코비는 신변 보호를 위해 ‘제인 로’ 라는 가명을 사용했고 피고인은 그녀가 살던 댈러스카운티 지방 검사 헨리 웨이드였습니다. 미국 사법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판결 가운데 하나인 이른바  '로 vs 웨이드‘ 소송입니다.

3년 뒤인 1973년 1월 22일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7:2 의견으로 낙태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포함한 프라이버시는 헌법적 권리’라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임신 24주, 6개월까지는 여성의 의지와 선택으로 낙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판결합니다.

임신 6개월이 기준이 된 건 ‘태아가 산모의 자궁 밖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 그러니까 임신 6개월 이후의 태아는 독립된 한 생명으로 판단한 판결입니다.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인정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오늘 우리나라에서도 내려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헌재 심판에서는 태아의 발달 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쉽게 말해 질병이나 장애가 예상되는 등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낙태를 무조건 금지하는 게 타당하냐는 겁니다.

이에 헌재는 해당 조항이 침해 최소성 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헌재재판관 다수 의견입니다.

헌재는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습니다.

헌재는 다만 낙태죄에 대해 곧바로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초래될 사회적 혼란과 입법 공백을 고려해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주문했고 이때가지 관련 법 조항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됩니다.

미국에서 낙태죄 폐지를 이끌어 낸 노마 맥코비의 삶엔 반전이 있습니다. 그녀는 이미 두 번의 출산 경험이 있는 미혼모였고 강간을 당해 임신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살기 힘들고 어려워 출산을 포기하려던 것 뿐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떠밀리 듯 낙태 찬성 운동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던 1995년 ‘I am Roe’라는 자서전을 출간한 맥코이는 텍사스 출판기념회에서 “당신이 한 일로 2,700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낙태 반대단체 활동가의 외침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이후 맥코이의 삶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녀는 낙태 반대 운동에 뛰어들었고 2017년 2월 삶을 마칠 때까지 그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때론 소소하고 우연해 보이는 어떤 사건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합니다. 낙태죄 폐지는 이제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 중용의 도를 지킨 합리적인 법안을 우리 국회가 도출해내길 바라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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