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10건 가운데 4건만 불 낸 사람 검거... 6건은 '가해자' 몰라
그나마도 솜방망이 처벌, 벌금 평균 186만원... 미국은 수백억원

[법률방송뉴스] 이번 강원도 산불은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사상 최악의 산불, 강원도 선불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누가 낸 것일까요. 

가해자 없는 재해, 산불. 법적으론 어떻게 돼 있나 짚어봤습니다.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4~6일 강원도를 초토화 시킨 산불로 축구장 면적의 740배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사망자 1명과 이재민 800여명을 낳은 사상 최악의 재해 피해입니다.

이 강원도 산불 발화 원인을 두고 변압기 폭발 때문이냐, 외부 이물질이 전선에 붙은 것 아니냐는 등의 여러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산불의 발화 원인을 둘러싸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일단 고성과 강릉 산불 화재 원인은 좁혀지고 있지만, 진화에 가장 애를 먹은 인제 산불은 추정만 무성한 상황.

경찰은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즉 누군가 실수로 불을 냈을 가능성, ‘사람’에 의한 인재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가해자는 오리무중입니다.

최근 10년간 전국 산불 발생 건수는 4천316건, 그중 1천792건만이 가해자가 검거됐습니다. 산불 10건 중에 6건은 ‘가해자 없는 재해’로 끝이 나버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산불 가해자 처벌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산림보호법 제53조 5항은 과실로 인해서 발생한 산불이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민법 제750조에도 역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손해를 가했다면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실수’든 ‘고의’든 관계없이 산림보호법에 따라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해놨습니다.

하지만 정작 실상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산불 원인의 대부분이 사람에 의한 부주의였지만 그나마도 처벌이 없다는 게 산림청 설명입니다. 여기에 과실범, 초범, 고령일 경우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친다고 합니다. 

지난 3년간 벌금형이 선고된 가해자들에게 부과된 벌금은 고작 186만원입니다. 산을 불태운 대가, 고작 186만원.

반면 미국의 경우를 보면 지난해 9월 미국 오리건 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어이없게도 15세 소년이 장난삼아 던진 폭죽으로 시작된 이 산불은 여의도 면적의 23배의 산림을 태운, 진화에만 195억이 투입된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불이었습니다.

최근 미국의 해당지역 법원은 이 소년에게 3천 661만달러, 우리 돈으로 4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와는 현저히 다른, 산불 가해자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액으로 무거운 책임을 물은 겁니다.

산불로 망가진 산림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100년입니다. 사람의 터전은 물론이거니와 동식물의 생명도 순식간에 앗아가는 이 악몽 같은 산불.

불이 진화됐어도 가까이서 화재를 보고 겪은 사람은 우울감과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고 합니다.

작은 불씨와 한 순간의 장난이 거대한 불길이 되어 산 하나를 통째로 삼켜버리고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산에서 흡연이나 쓰레기 소각, 취사 등의 행위는 삼가고, 꼭 해야 할 경우 지정된 장소만 하는 것이 좋다는 게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의 조언입니다.

소중한 자연을 화재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지키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는 자연에게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재앙으로 돌아옵니다.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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