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 횡령·배임 혐의 규모 270억원
'민사몰수 제도' 도입 논의도 재조명돼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법률방송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함에 따라 조 회장에 대한 재판과 수사가 일제히 중단됐다.

조 회장의 270억원 규모 배임·횡령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법은 “조양호 회장 사망에 따라 재판장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 등을 사들이면서 중간에 업체를 끼워넣어 중개수수료 등 통행세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조 회장은 세 자녀가 보유하던 주식을 계열사에 비싸게 팔아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는 270억원이다.

서울남부지검은 또 조 회장이 배임 행위로 회사에 끼친 손해만큼 얻은 이익에 대한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해왔다. 서울남부지검도 이날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고 밝혔다.

‘공소권 없음’은 수사기관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불기소 처분의 한 유형이다.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일반적으로 '공소권 없음' 처리한다.

조 회장에 대한 재판과 추가 수사가 일제히 종결됨에 따라 유무죄를 가릴 수 없게 돼 횡령·배임 등 혐의에 따른 추징도 중단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는 “어떤 경우든 사망자에 대한 법률적 조치는 무효”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범죄수익에 대한 '민사몰수 제도'가 재조명되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는 “세월호 사건 때 유병언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추징을 못했다"며 "사망하더라도 범죄 수익만큼은 별도로 추징하는 민사몰수 제도와 같은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사몰수 제도는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재산이 범죄수익일 경우 민사소송 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몰수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시행되고 있는데 그 대상이 제한적이다.

또 검찰이 범죄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이 나온 후 몰수하는 형사몰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의 유죄 판결 전 피의자가 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민사몰수 제도는 이에 반해 범죄행위의 입증 책임을 국가(검찰)가 아니라 범죄행위자에 지우고 있다. 유엔 반부패기구와 유럽연합 등은 각국에 범죄수익 환수제도로 민사몰수 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민사몰수 제도나 통일몰수 제도를 도입해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가도록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민사몰수 제도는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없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항공이 조 회장의 유족을 상대로 횡령·배임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회장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재판 진행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해배상 관련) 아직까지 저희는 그럴 만한 경황이 없고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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