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시험 개선방안' 토론회 현장
박상기 장관 축사하는 맞은 편에서 로스쿨 학생들은 피켓 시위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찬반론... 학생들 "로스쿨 괴롭히지 말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지난 5일 열린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는 가운데, 박 장관 맞은편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법률방송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지난 5일 열린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는 가운데, 박 장관 맞은편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박상기 장관님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로스쿨 제도 이대로 가면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공부하던 책을 갖고 왔는데요. 책 이름이 변시 사시 기출문제 ‘변사기’입니다. 왜 이런 책이 나오느냐. 변시랑 사시랑 공부하는 게 똑같아서입니다.”

지난 5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주최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방안’ 토론회. 지난 2월 로스쿨을 졸업한 박은선씨가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한 말이다.

“이찬희 회장님, 더 이상 로스쿨을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로스쿨 학생들은 축사를 하는 이찬희 변협 회장에게 이런 현수막을 들어보였다. 이 회장은 준비했던 축사 대신 “변호사회가 로스쿨 괴롭힌 적이 없다”며 “로스쿨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여러분들의 응원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로스쿨 제도가 '비정상적'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블랙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15%, 지난해 7회 시험 합격률은 49.35%였다. 지난 1월 치러진 8회 시험 합격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승준 충북대 로스쿨 교수는 그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응시인원 대폭 증가와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합격자 수이다.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1회 1천665명, 2회 2천46명(+381명), 3회 2천292명(+246명), 4회 2천561명(+269명), 5회 2천864명(+303명), 6회 3천110명(+246명), 7회 3천240명(+130명), 8회 3천330명(+90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합격자 수는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결정하는데, 변호사 수 급증을 우려하는 법조계의 반발 때문에 법무부는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75%’라는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는 미합격자 누적으로 계속 늘어난다. 그리고 합격자 수는 사실상 고정돼 있으니, 합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시험의 내용과 형식, 로스쿨 교육에 대한 환류 여부, 법조인력 실력 검증 등의 문제를 뛰어 넘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대해 “원칙적으로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75%인 1천500명 이상으로 하되 전년도 합격인원, 응시인원 증가, 법조인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시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으나 비판적 시각과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것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운영의 문제로, 법무부와 교육부 등 정부 관계부처는 물론 법학전문대학원이 협력하여 해결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찬반론

변협은 합격자 수 증가에 대해 법률시장 포화상태를 우려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면 시험 합격자 수 100명, 200명 늘리는 것은 쟁점이 될 수 없다”며 “그렇게 배출된 제자들이 앞으로 직역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에 대한 지지론과 신중론이 동시에 나왔다.

자격시험을 옹호하는 쪽은 "변호사시험은 법률가로서의 기본소양 및 자질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경우 어렵지 않게 합격하는 시험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2008년 변호사시험법 제정안 설명자료를 통해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인 점을 고려하여 사법시험 3차시험과 같은 면접시험은 실시하지 않기로 한다”며 “종래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현정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토론회에서 “변호사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극단적 경쟁을 통해 선별된 시험 고수들만이 잘 수행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충실한 교육을 받기만 하면 사회에서 얼마든지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하며 국민들의 전반적 권리 구제와 법치주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중론자들은 자격시험화는 일시적으로 변호사 합격자 수 증가와 로스쿨 졸업생들의 불합격 사태를 구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법률시장 포화상태와 이로 인한 로스쿨 신규 입학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업 변호사 수는 2007년 8천143명에서 2018년 3월 기준 2만332명으로 2.5배 늘었다. 변호사 1명당 사건 수는 크게 감소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경우 1명당 한 달 평균 사건 수임 수가 2011년 2.83건에서 2016년 상반기 1.69건으로 줄었다. 

명순구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자격시험화가 합격자 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합격기준을 유지해 그만큼만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적정 변호사 수 새로운 합의점 모색"

김순석 법전협 이사장은 “OECD 주요 선진국의 인구 1만명당 법률사무 종사자 수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아직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변호사 배출 숫자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수는 3.9명이다. 미국은 40.1명, 영국은 25.3명, 독일은 20.2명이다. 일본은 3.1명이지만, 기본적으로 소송 사건 수가 한국의 25~30%에 불과하다.

이승준 교수는 “이러한 수치를 놓고 비교한다면 교육부와 법무부가 예측했던 ‘2021년 선진국에 접근하는 변호사 수’는 현재 변호사 공급으로는 요원한 상황"이라며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새로운 합의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현재의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 산정 방식을 버리고, 응시자 대비 55~60%의 범위에서 장기적인 법조인 수급계획, 법률시장 추이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미리 정할 수 있는 ‘적정 변호사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자유직업인인 변호사의 일정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수를 통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찬희 변협 회장은 “학생들과 사법시험 관련 시위를 하면서 (로스쿨이 도입되면) ‘봄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10주년을 맞은 로스쿨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책임감을 더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박상기 장관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와 도입 이후 변화된 상황을 고려해 적합한 합격자 결정 기준이 무엇인지 재논의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로스쿨 10주년, 진정한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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