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 기자] '영화 속 이런 법',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 그럼 전쟁을 하면서도 나중에 끝나고 나면 보도블록, 자동차, 건물, 거기에 가로수 값, 사람이 다쳤으면 그것에 대한 손해배상, 사망하셨다면 그것에 대한 보상 등 히어로들이 물어야할 손해배상 금액도 너무 많고, 또 법적 처벌도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정말 천문학적 숫자가 될 것 같은데 이들을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요.

[허윤 변호사] 제가 만약 아이언맨의 변호사라면 저는 긴급피난을 주장하겠습니다. 긴급피난은 형법 제22조에 나와 있습니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입니다.

그래서 긴급한 위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장하게 되면 아마도 위법성이 조각 되어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종선 기자] 우리의 이 멋진 히어로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니 너무 솔깃한데, 지금 무언가 대략 3가지 정도 이야기 하신 것 같습니다.

[허윤 변호사] 첫 번째는 법익입니다. 일단 그 조항에 보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 긴급 피난에서 이야기하는 법익이라는 것은 나 그리고 제3자의 법익 이외에도 국가적 법익, 사회적 법익가지 포함이 됩니다.

지금 문제는 타노스가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버리기 바로 직전인 위급한 상황입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의 가치는 당연히 사회적 법익이 되는 것이고, 그 사회적 법익이 인정돼서 이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홍종선 기자] 두 번째 현재의 위난이라고 이야기 하셨죠.

[허윤 변호사] 긴급피난에서 말하는 현재의 위난이라는 것은 지금 있는 위난도 의미하지만, 발생이 될 것이라고 예상이 되는 위난도 포함이 되는 것입니다.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인정되면 현재의 위난이 인정되고, 어벤져스의 경우에는 과거에 한번 외계로부터 침입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험적으로도 이런 침입이 있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타노스의 침입 행위를 그냥 방치하게 되면 법익 침해가 당연히 일어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위난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상당한 이유라는 것은 우월성, 그리고 유일한 수단, 이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하는 것입니다. 긴급피난으로 인해 보호되는 법익이 침해되는 법익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언맨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생명권입니다.

그리고 아이언맨이 침해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이 되는 것이고, 물론 타인의 생명도 될 수 있는데 그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으로 제외시킨다면 재산권을 침해하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익이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행위가 유일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타노스의 아이들이 건물을 부수고, 인정사정없이 싸우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예를 들면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이나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에 같이 폭력이나 싸움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유일한 수단이라고 하는데 이런 면에서 유일한 수단성이 충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이런 긴급피난이라는 어려운 말 말고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당방위가 있잖아요. 지금 막강한 힘을 가진 타노스가 쳐들어와서 인류를 구한다는 것에 앞서 나부터 죽을 상황인데 정당방위가 적용 안 될까요.

[허윤 변호사] 사실 정당방위라고도 인정이 될 수 있지만, 긴급피난으로 가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정당방위는 원칙적으로 개인적 법익에만 한정되어 적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권 침해라는 사회적인 법익, 이 점을 고려했을 때 당연히 긴급피난이 조금 더 우월하다,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또 정당방위는 원칙적으로 인간의 침해 행위에만 적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그렇다면 타노스는 외계인이기 때문에 적용이 어려운가요.

[허윤 변호사] 외계인이기 때문에 긴급피난이 적용되는 것이 조금 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동물이 있지 않습니까. 주인이 시키지 않은 동물에 대한 행위는 정당방위가 아니고 긴급피난이 성립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인간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종선 기자] 정당방위 관련해 외계인에 의한 침입도 법을 손을 봐야할까요. 아직은 너무 SF, 판타지일까요.

[허윤 변호사] 사실 정당방위도 넓게 해석하면 가능하긴 한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긴급피난이 정당방위에 비해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홍종선 기자] 오늘 또 긴급피난에 대한 개념을 새로 배우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의욕이 활활 솟는 것이 있거든요. 그리고 이 영화의 주제의식도 묵직하고 좋았잖아요. 이 ‘타노스’ 우주 인류의 멸망을 막고 계속적인 존속을 위해 반을 줄이자고 죽이자고 말하는 이 남자. 살인자일까요. 구원자일까요.

[허윤 변호사] 일단 타노스가 엄청난 생명을 죽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절반을 죽였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절반을 죽이는 행위는 사실 나머지 절반을 살리기 위한 행위였다는 점에서 이게 법적인 관점에서도 윤리적인 관점에서도 한번 생각을 해봐야 될 문제가 되는 것이고요.

특히 법적인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과연 타노스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되는데요. 전 우주적인 생명체가 멸종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머지 절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 나머지 절반을 죽이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이야기를 하나 간단하게 들면서 설명 드리고 싶습니다. 카르네아데스라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이 카르네아데스의 판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카르네아데스가 배를 타고 여행을 하던 도중 배가 난파로 침몰했습니다.

이 난파선에서 떨어진 판자를 붙잡고 간신히 매달려 있는데 그 배에 탔던 다른 사람이 헤엄쳐오더니 판자를 붙잡는 것입니다. 이때 카르네아데스가 두 명이 매달리면 판자가 가라앉으니까 사람을 쫒아버렸습니다.

이 행위는 하나의 생명과 또 하나의 생명이 부딪쳤을 때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하나의 생명을 없애는 것이 정당하냐의 문제가 되는 것이고, 타노스의 행위도 바로 이 철학자의 행위와 어떻게 보면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노스는 나머지 생명을 없애버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긴급피난의 두 가지 요건을 생각해보면 보호되는 법익이 우월해야 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런데 보호해야 되는 법익이 생명이고 침해되는 법이 생명입니다.

이렇게 동가치의 생명일 때는 긴급피난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하겠죠. 생명을 없애기 위해 생명을 침해한다는 것은 논리구조 상 맞지 않습니다.

또 하나 타노스의 행위가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사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피니티 스톤은 6개를 모아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절반을 없애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의 힘이면 그 생명체를 없애는 대신 새로운 행성을 건설하거나, 나머지 인구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어떤 식으로든 마련하는 등 방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 절반의 생명을 없애버렸다는 것은 유일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타노스의 행동은 긴급피난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구원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살인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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