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우병우는 안 나와놓고 조국은 나오라? ... 민정수석 운영위 출석과 '깨진 관행'
김영한·우병우는 안 나와놓고 조국은 나오라? ... 민정수석 운영위 출석과 '깨진 관행'
  • 김태현 기자
  • 승인 2019.04.05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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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참사 인정하라”... 한국당, 조국 운영위 출석 압박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은 집권 시절 나온 적 있나”
'비선실세 국정농단'에도 김영한·우병우 운영위 불출석
노무현 정부, 문재인·전해철 민정수석은 운영위 출석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 조국 수석도 운영위 출석

[법률방송뉴스] 어제(4일) 열린 국회 운영위 청와대 업무보고가 조국 민정수석의 출석 여부를 두고 파행을 거듭했습니다. 법률방송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 본 세상, '취재파일'. 오늘(5일)은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 얘기해 보겠습니다.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인사검증에 실패했고 면목이 없어서 못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답변을 보냈더라면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열린 국회 운영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이 조국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하며 한 말입니다. 

정양석 의원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민정수석이 나와 3·8개각 인사 참사 검증 실패를 해명하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불출석은 국회 무시, 국민 무시”라는 것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은 집권 시절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적이 있냐. 자기들은 출석 안 해놓고 조국 수석은 나오라고 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고 맞섰습니다. 

“헌정사에서 국회에 출석한 민정수석은 문재인, 전해철, 조국 수석뿐이었다. 한국당은 집권 9년 동안 한명도 출석을 안 했다”라는 게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의 말입니다.

일단 팩트만 놓고 보면 김종민 의원이 말한 것처럼 한국당 집권 9년 동안 한명도 출석을 안 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헌정사에서 국회에 출석한 민정수석은 문재인, 전해철, 조국 수석뿐이었다"는 앞 부분은 다소 틀립니다.

헌정사에서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 관례를 처음 깬 사람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신광옥 민정수석입니다.

신광옥 수석은 2000년 10월  청와대로 보고되는 내사보고서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국회 운영위 결산심사에 출석했습니다.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이 전례가 없던 일이라 당시 재선의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아주 바쁘실 텐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전례 없이 수석비서관 그리고 비서관들까지 모두 나오신 것은 의회 출신 대통령의 의회 존중의 뜻”이라고 한껏 고무되어  치켜올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은 2003년 10월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자금 사건 관련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는 등 여러 상임위에 걸쳐 모두 네 차례나 국회에 출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의 적극적인 국회 출석은 매우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06년 11월 이번엔 전해철 민정수석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퇴 관련 '전해철 수석 관여설'을 운영위에 출석해 직접 해명하는 등 모두 두 차례 국회에 출석했습니다.

가장 최근엔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해 12월 31일 김태우 수사관의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주장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해명한 바 있습니다.

"단언컨데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이전 정부와 다르게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당시 조국 수석의 발언입니다.

같은 날 여당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저는 우리 민정수석이 더구나 피고발인 신분인데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공세라고 생각한다”는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또 국민들의 안전이나 민생에 관한 법안들이 또 발목 잡혀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국회 운영위에 출석을 하도록 그렇게 조치를 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말입니다.

한 마디로 야당이 정치공세 생떼를 쓰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민생 법안들이 발목 잡히지 않게 조국 수석을 국회에 내어 줬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9년 동안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나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은 실제 그동안 관례나 관행 비슷하게 정치권의 일종의 불문율로 여겨져 왔는데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 시절 국회에 여러 차례 출석하면서 그 관행은 사실상 깨졌습니다. 

그럼에도 보수정권 9년 동안 자신들은 다시 ‘관행’이라며 아무리 나오라고 해도 나오지 않고 이제 조국 수석은 자꾸만 나오라고 하니 문 대통령으로서는 '정치공세'라는 저런 발언이 나올 법도 합니다.

실제로 2015년 정윤회 문건 관련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운영위에 나가라고 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나가지 않았고, 2016년 우병우 민정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도 불출석이 ‘관행’이라며 나가지 않았습니다.

업무보고와 달리 국감 증인은 출석 의무가 강제됐는데도 민정수석 국회 불출석이 관행이라며 나가지 않은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권만 가면 지나간 일을 까먹는 건망증이 생기는 건지 까먹은 척 하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한 번 깨진 관행이나 관례는 더 이상 관행이 아닙니다. 이참에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가이드라인 같은 걸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법률방송 '취재파일'이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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