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 청원서' 청와대 제출
"일본의 전쟁범죄 사과 요구하는 것처럼 똑같이 한국의 전쟁범죄 사과해야"
'피청원 기관,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 청원법에 따라 90일 이내 답변해야

[법률방송뉴스] 오늘(4일) 오후 청와대 앞에선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베트남 전쟁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등을 공식적으로 문서로 전달한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103명의 목소리, 그리고 미처 담기지 못한 수많은 목소리에 응답해 주십시오'

베트남 민간인학살 피해자와 그 유족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민변 변호사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청와대를 등지고 모여 섰습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거나 직접 피해를 당한 16개 마을 103명의 베트남인들이 한국 정부의 진상규명과 사죄,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청원인은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응우옌티엔 외 102명, 피청원 기관은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217쪽짜리 두툼한 청원서엔 103명 청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과 피해 사실, 한국정부에 바라는 호소가 빼곡하도고 절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한국군은 학살 다음날 마을에 다시 진입해 시신들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나는 지금까지도 사망한 동생들의 시신을 온전히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나를 껴안고 몸을 웅크린 채 정신을 잃었는데 언니들은 내가 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울지 않아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한국군은 단지 미국의 용병일 뿐이었는데 왜 미군보다 더 잔인했는지 알 수가 없다. 가족의 죽음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헤아릴 수 없는 집과 논과 밭은 불태우고"

"나의 마지막 염원은 학살로 억울하게 숨진 어머니와 가족들의 무덤을 정성스레 단장해 드리는 것이다. 한국이 도와달라" 103명의 사연 하나하나가 절절하고 먹먹합니다.

한국은 베트남전쟁 기간 32만명 넘는 국군을 베트남에 파병했습니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파병입니다. 청원서는 말합니다.

"우리는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던 우리의 가족들이 한국군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목격하였고 한국군의 총과 수류탄을 피해 겨우 살아남았다"

"우리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목격자이자 생존자다. 1975년 전쟁은 끝났지만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말입니다.

이들 피해자들이 바라는 건 세 가지입니다. 한국 정부기구에 의한 진상조사 및 사실인정,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한국 정부가 일본에 의해 식민지배를 당하였던 시기의 불법행위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의 그러한 일관된 원칙이 당연하게도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문제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를 향한 이들의 말입니다. 

수십년간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해 공식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함'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쟁 범죄에 사죄를 받으려면 똑같이 당신들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사죄를 하라" 단 한 글자도 부정하거나 부인할 수 없어 보입니다.

청원법에 따라 한국 정부는 90일 이내에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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