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에서 실랑이... 물리적 충돌 없이 술값 계산하고 귀가
"마구 맞아 안면부 다발성 좌상 등 상해"... 재판 넘겨져
변호인 선임 여력 안 돼, 법률구조공단 국선변호인 선임
상해 진단서와 '맞았다'는 복수의 증언 뒤집은 재판 전략은

[법률방송뉴스] 나는 때린 적이 없는데 나한테 맞았다고 나를 가해자로 지목해 진단서까지 내고 고소를 했다면, 모든 정황이 나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답답할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 설명서’ 오늘(4일)은 영락없이 상해 가해자로 몰릴 뻔한 억울함을 풀어준 사례입니다.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6년 11월 30대 중반 강모씨는 서울 송파구의 한 술집에서 여자친구와 술을 마시다 새벽 두시쯤 옆테이블에 있던 20대 두 명과 시비 끝에 말싸움을 붙었습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가게 주인과 여자친구가 말렸고 다행히 물리적인 폭행 사건으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새벽 4시 26분 강씨는 카드로 술값을 결제하고 나와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강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자신과 말싸움을 벌인 20대 남성 김모씨와 조모씨가 자신에게 마구 맞아서 다쳤다며 진단서까지 첨부해서 상해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겁니다.

술집 바로 앞 주차장에서 갑자기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해 안면부 다발성 좌상 등 큰 상해를 입었다는 게 조씨와 김씨의 주장이었습니다.

꼼짝없이 ‘앙심 폭행 상해’ 가해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강씨는 억울했지만 변호사를 구할 여력이 없었고 법원은 직권으로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해 줬습니다.

[박영신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실랑이가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너무 뭐 시끄럽다. 뭐 이렇게 해서 실랑이가 있었는데 그 이후에 / 피해자가 그냥 일방적으로/ 저희 피고인을 그냥 지목을 한 거죠. 범인으로...” 
  
사건 전후관계를 꼼꼼히 살펴본 공단은 두 가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강씨가 신용카드로 술값을 결제한 시각 새벽 4시 26분과 폭행이 벌어졌다는 시각 새벽 5시, 그리고 그날 새벽 기온이 영하권으로 추웠다는 점입니다.

공단은 서로 실랑이가 있었긴 했어도 무슨 큰 원수를 졌다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조씨와 강씨를 그 추운 새벽에 주차장에서 기다렸다가 폭행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공단은 아울러 아무리 기습 공격을 받았다 해도 20대 두 명이 변변한 저항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는 것도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렵다며 함께 지적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공단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재판 결과는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박영신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저희 의뢰인 같은 경우는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가지고 억울함을 이제 호소할 방법이 없었던 의뢰인에게 저희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적극적으로 법률지원을 해서 법률보호에 소외되어있는 이런 계층에 대해서 저희가 적극적인 법률지원을 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상대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은 치밀한 사건 검토와 함께 법리 검토가 필요합니다.

공단은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할 경우 주저하지 말고 공단과 상담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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