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가제 폐지 법안 5개 발의 vs 강화 법안 3개 발의

5G 상용화와 함께 이동통신 '요금 인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법률방송=그래픽 김현진
5G 상용화와 함께 이동통신 '요금 인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법률방송=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뉴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세계를 열어갑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작은 차이가 어마어마한 격차를 부릅니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지난 3일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 말이다. 장 실장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5G 지원사업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5일 '갤럭시 S10' 5G 모델의 세계 최초 공식 출시를 앞두고 5G 서비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정부부처와 국회, 이동통신사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요금 인가제' 폐지 논란이 또다시 불붙고 있다.

3일 현재 국회에는 요금 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법안이 5개. 정반대로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법안이 3개 제출돼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5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부랴부랴 내놓았다. KT는 SK텔레콤보다 하루 앞서 무제한 데이터가 포함된 요금제를 출시했다. 예상 못한 한 방을 맞은 SK텔레콤은 KT보다 요금제 발표가 늦어진 이유로 요금 인가제를 들었다.

SK텔레콤 MNO사업부장 유영상 부사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개최한 5G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요금 인가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인가 과정에서 문제 소지가 되는 요인들도 있다"며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시장 자율경쟁 보장" vs "과다한 통신요금 억제"

이동통신 요금 인가제는 이른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정부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설정해 후발 사업자를 밀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 1991년 도입됐다.

현재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9일 SK텔레콤의 5G 요금제를 최종 인가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같은 날 신고 절차를 거쳐 5G 요금제 신고를 확정했다.

SK텔레콤 측은 요금 인가제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SK텔레콤은 현재 무선시장에서 알뜰폰 도입, LTE 시대 도래 등으로 자사의 시장 지배력이 과거보다 축소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매월 발표하는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SK텔레콤의 점유율은 42%, KT는 26%, LG유플러스는 20%, 알뜰폰 12%였다. 지난 2015년 '5대 3대 2'였던 비율과 비교하면 SK의 지장점유율 과반은 이미 무너졌고 그 경향이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현 시장에서 SK텔레콤은 과거 10년, 20년 전처럼 경쟁력이 타사보다 월등하지 않다"며 "요금 인가제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요금 인가제 폐지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일단 요금 인가제가 풀리면 SK 텔레폰이 먼저 요금을 올리고 LT와 LG유플러스가 올린 요금을 따라가는 식으로 휴대폰 요금이 연쇄 인상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들어 요금 인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004~2016년 이동통신 3사의 2G, 3G, LTE 원가 관련 인가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시장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경우 이 기간 총괄원가를 제외하고도 '적정이윤'을 넘어서는 19조4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초과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인가제마저 폐지되면 요금이 치솟을 것이라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경쟁 활성화를 이유로 폐지를 고려 중인 현행 인가제를 유지해서 1위 사업자의 요금을 지속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업자들 담합 부추기는 인가제 폐지" vs "이동통신 이용자 기준으로 인가제 강화"

애초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너무 낮은 요금제를 책정해 경쟁사의 진입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요금 인가제가 역설적으로 지금은 요금 인상 억제 방안으로 효과가 뒤바뀐 가운데 요금 인가제가 이통3사의 요금 담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 3사가 설계한 5G 요금제는 모두 5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요금 인가제의 부작용을 주장하는 쪽은 인가제가 사실상 담합 효과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지난 19일 요금 인가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요금 인가제로 인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정하면 후발 사업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유사한 요금제를 따라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요금 인가제를 폐지해 사업자 간의 사실상 요금 담합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박선숙 의원이 요금 인가제 법안을 발의한 취지다. 요금 인가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은 이처럼 담합을 막고 이통사간 시장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반면 요금 인가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요금 인가제를 강화해야 된다는 내용의 법안은 기본적으로 과기정통부의 요금 인가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요금제 기준 산정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요금 인가제 강화 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요금 인가제는 합리적인 산정 기준에 따라 휴대폰 요금을 정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투명성과 요금 산정의 적정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요금이 어떻게 산정되고 인가되는지 투명하지 않으니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 인가된 요금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지난해 4월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아가 "과기정통부가 이동통신 이용자가 아닌 사업자를 기준으로 요금 기준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김 의원은 "인가 과정에서 음성, 데이터, 문자의 패키지 구성 등 요금제가 이용자의 실제 이용 경향과 달리 이동통신 사업자의 최대 수익구조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팀장은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더라도 기존에 형성된 이동통신 3사의 요금 담합이 해소되진 않는다. 요금 인가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담합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요금 인가제를 더욱 투명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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