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소송에 발목 잡히는 국내기업들... "e-디스커버리 제도부터 잡아라"
미국 특허소송에 발목 잡히는 국내기업들... "e-디스커버리 제도부터 잡아라"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4.0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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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송 재판 전 전자증거 개시제도 'e-디스커버리'
1심 평균 18~42개월, 소송비용 100~600만 달러 달해
"디스커버리 제도 활용해야 지적재산권 지킬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반도체기업 넷리스트의 특허 공방이 3년째 계속되는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특허소송 건수와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SK하이닉스와 미국 반도체기업 넷리스트의 특허 공방이 3년째 계속되는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특허소송 건수와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뉴스] SK하이닉스와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넷리스트의 반도체 특허 침해 소송, 3년째 끌고 있는 이 소송은 언제쯤 마무리될까.

넷리스트가 2017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하이닉스를 제소하면서 시작된 소송은 1년 만에 하이닉스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지만 넷리스트의 청원으로 재조사에 들어갔다. 예비결정을 앞두고 있는 소송은 이르면 6월쯤 결론이 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동일한 소송이 중국과 독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판결의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이 증가하면서 특허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미국 특허소송에 휘말린다면 무엇부터 대비해야 할까.

"e-디스커버리 소송제도에 대한 이해가 급선무"라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 기반 인공지능(AI)업체 프론테오의 조언이다.

프론테오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은 미국 소송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도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e-디스커버리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우리 기업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미국 특허소송, 국내보다 2년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15배 이상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공동 발간한 '2018년 3분기 IP TREN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에서 국내기업들이 진행 중인 특허소송은 총 101건으로, 전년 동기 58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3분기까지 총 소송 건수는 224건으로, 2017년 전체 182건을 훨씬 넘어섰다.

더구나 이는 행정사건으로 분류되는 미국 특허심판원(PTAB)과 ITC의 제소 건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국내기업이 겪는 특허 분쟁의 건수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특허소송이 가장 빈번한 분야는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로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기술 경쟁이 심한 이 분야 특성상 특허 분쟁이 잦을 수밖에 없지만, 국내기업들이 '특허 괴물'이라고 불리는 특허관리금융회사(NPE)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미국 내 국내기업 송사 상대의 93%가 NPE다. ITC에서 조사 중인 사건의 대부분도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돼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지식재산지표 2018'에 따르면,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진행할 경우 1심 평균 처리기간은 18~42개월, 평균 소송비용은 100만~600만불(11억~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특허소송의 평균 처리기간이 10~18개월, 소송비용은 평균 15만~40만불(1억~5억원)이라고 할 때 기간은 2년 이상, 비용은 15배 이상 더 드는 것이다.

■ "영미법계 국가 소송 필수절차 'e-디스커버리' 제도 특성 이해해야"

이처럼 소송 처리기간과 비용이 크게 다른 이유는 양국의 소송 제도 차이에서 기인한다.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심리할 때 한국은 당사자의 증거 신청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증거조사가 이뤄지는데 반해, 미국은 소송에 관련된 모든 자료에 대한 전자증거 개시제도, 이른바 'e-디스커버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영미법 국가의 소송 필수 절차인 디스커버리 제도는 본격 재판을 시작하기 앞서 소송 당사자 양측이 서로 가진 증거와 서류 등을 공개하는 제도다. 'e-디스커버리'는 양측이 보유하고 있는 이메일, 전자문서 등 관련 증거들을 재판에 앞서 공개하는 것이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공개된 증거를 통해 소송 쟁점을 명확히 하고 사실관계를 파악, 판결까지 가지 않고 조정이나 화해 등 합의 형태로 소송을 종결하는 등 효율적인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미국 내 민사소송의 90% 이상이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끝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매우 포괄적인 조사와 심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현실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증거 수집 및 제출 절차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 증거 은폐 혐의로 패소 판결까지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기업들도 이같은 디스커버리 제도의 특성과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제기한 특허소송 건수도 2013년 8건에서 2018년(3분기 기준) 95건까지 증가했다. 해외시장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특허권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지적재산권 보호에 나서고 있는 뜻이다.

프론테오 관계자는 "e-디스커버리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특허소송에 대비해 반도체 분야 뿐아니라 바이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특허권 행사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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