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이해할 수 없는 법 해석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이해할 수 없는 법 해석
  • 이남주 법률사무소 율도 변호사
  • 승인 2017.04.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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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류 외국인 190만명 시대... 외국인의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한 출입국행정 개선 절실하다
이남주 법률사무소 율도 변호사

국내 체류 외국인 190만명 시대로 접어든 지금, 우리나라 출입국행정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과연 그 위상에 부응하고 있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최근 한 외국인 유학생이 ‘일반연수(D-4)’ 체류자격 기간 연장 신청을 하였다가 출국명령을 받고 필자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의뢰인은 일반연수 체류자격 기간 연장 신청에 필요한 필수 서류인 재학증명서를 학교로부터 발급받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하였는데, 재학증명서의 출석률과 학교 측 출석부의 출석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적되어 ‘허위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사유로 출국명령을 받은 사정을 하소연하였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 학교 측이 발급한 서류의 기재 오류로 인해 출국명령을 받게 된 의뢰인은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행정심판을 통해 출국명령을 다투기로 하였다.

출국명령은 재량행위이지만 재량권 행사에 일탈·남용이 있는 경우 행정심판을 통해 그 부당성 및 위법성을 다툴 수 있고, 집행정지신청을 통해 그 집행을 행정심판 결정시까지 정지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의뢰인이 출국기한에 임박하여 사무실에 찾아왔다는 점에 있었다. 출국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출국기한이 도래할 것이 명백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출국명령의 집행이 정지되어 행정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체류할 수 있지만,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출국명령의 기한이 도과하였으므로 본의 아니게 불법체류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기타(G-1)’ 체류자격으로 변경해주기도 하는데, 행정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의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 역시 행정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기타 체류자격으로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필자는 고민 끝에 출국기한 유예를 신청해보기로 하였다.

즉, 현재 의뢰인의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서 출국기한 내 출국할 수 없음이 명백한 때에 해당하므로 출국기한 유예 신청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기타 체류자격으로의 변경은 물론, 출국기한 유예 신청마저 거부하였다.

출국명령을 받은 자에 대하여 출국기한 유예 신청을 받아들인 선례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출국명령은 집행정지 결정을 통한 정지만이 가능할 뿐, 출국기한 유예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출국명령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해당 외국인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이러한 경우를 불법체류로 단속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을 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법 해석과 운영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행정소송은 되고 행정심판은 안 된다?

먼저, 일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행정심판은 관련 매뉴얼에 기타 체류자격으로 변경해줄 수 있는 소송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행정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기타 체류자격으로 변경해줄 수 없다고 하나, 이는 관련 규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경직된 법 해석에 불과하다.

행정심판도 권리구제절차의 하나임이 명백하므로 이를 소송의 경우와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가를 받은 자는 되고 출국명령을 받은 자는 안 된다?

또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33조에 명문으로 “기타 부득이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국기한 유예를 허가할 수 있는 사유를 출국할 선박 등이 없거나 질병의 경우로만 한정하여 해석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입장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 결정 통지를 받은 사례의 경우 행정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출국기한 유예 신청을 받아주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입법의 공백을 감수하라?

한편, 출국기한에 임박하여 집행정지신청을 한 경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본의 아니게 불법체류자가 되버리는 점은 입법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입법의 공백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 공백의 불합리함을 행정소송이 아닌 행정심판을 제기했기 때문에 혹은 출국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당사자가 감수할 위험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다행이겠지만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당일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당일에 출국하지 못한다면 무조건 불법체류자가 되고 마는데 단속만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외국인에게 재판청구권이 인정되는 이상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여야 함은 마땅하다. 또한, 소송이 아닌 다른 방식의 권리구제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법 해석과 운영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이남주 · 법률사무소 율도 변호사

이남주 법률사무소 율도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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