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도 고발도 없는 체육계 성폭력... 학습된 침묵과 무기력, 스포츠계 성범죄 근절 방안은
비명도 고발도 없는 체육계 성폭력... 학습된 침묵과 무기력, 스포츠계 성범죄 근절 방안은
  • 김태현 기자
  • 승인 2019.03.29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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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쳬육계 성폭력 예방을 위한 법·정책 과제’ 토론회
“가해자, 피해자 장악... 지속적·반복적 성폭력”
“피해자 10에 4명, ‘하지마라’ 거부 의사 표시 못해”
"정기적 피해 조사, 지도자 자격 박탈 체육계 추방"

[법률방송뉴스] 오늘(29일) 오후 서울 한양대에선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주최로 ‘스포츠계 성폭력 예방을 위한 법정책적 과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만연한 스포츠계 성폭력, 왜 유독 스포츠계에 성폭력이 만연한 걸까요.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장을 김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늘 토론회는 체육계 성폭력의 실태 및 특징, 처벌과 예방 등 현 대응 시스템의 한계를 짚어보고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형규 한양대 로스쿨 교수 /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장]
“스포츠계에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과 법제도 나아가서 법규범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토론회 참가자들은 먼저 스포츠계 성폭력이 여타 다른 성폭력과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점으로 피해자의 ‘적극적인 저항’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엄격한 위계 수준을 넘어 코치나 지도자가 선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수준으로 심리적, 물리적으로 피해자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유도 신유용 선수처럼 고등학생 시절부터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유도를 그만두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걸 설명하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심석희 선수 정도 되는 국가대표 간판스타가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잔디 교수/ 오사카대 법학과]
“폐쇄성, 집단의식, 가해자와 피해자의 권력 관계, 운동 외에 다른 진로가 봉쇄된 구조 때문에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에 관하여 함구하는...”

실제 성폭력 피해 시 대응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9%가 ‘소심하게 불만을 표시’한다고 대답했고 ‘아무런 대응을 못 함’이라는 답변도 18%나 됐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열 명 가운데 4명은 싫다는 의사조차 분명하게 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피해 상담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가 19%로 가장 많았고  ‘선수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두려워서’ 17%, ‘협박 등 보복이 두려워서’가 14%, ‘이야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가 10%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얘기해 봐야 해결되지도 않고 나만 더 피해를 볼 거라는 두려움에 아예 입을 닫아버리고, 이런 구조가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김잔디 교수/ 오사카대 법학과]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체육계 성폭력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권력 관계나..." 
     
이렇게 외형적으로 저항이 없다는 점은 강간죄 성립을 불분명하게 해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을 폭넓게 적극 적용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안과 궁극적으론 비동의 간음죄 신설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아울러 정례적인 성폭력 피해 조사와 예방 교육, 국민체육진흥법 등의 개정을 통해 성범죄자에 대한 지도자 자격 박탈 같은 체육계 퇴출 등의 방안도 함께 논의됐습니다.

[유재구 교수 /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그러한 부분에 대한 법률적 근거나 보호 의무라든가 처벌에 대한 부분, 자격 여건에 대한 부분, 이러한 부분들이 좀 미비한 실정입니다. 관련 규정의 개정이 저는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성폭력을 저질러도 괜찮다. 별일 없다‘거나 ’말 해봐도 소용없다. 나만 다친다‘는 ’생각을 ‘성범죄를 저지르면 끝장난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인식의 전환은 단순히 ‘생각을 바꾸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관련 법제도 정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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