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의무'와 '자녀 양육권' 사이... 공휴일 무단결근 워킹맘 해고, 법원 판단은
'근로자의 의무'와 '자녀 양육권' 사이... 공휴일 무단결근 워킹맘 해고, 법원 판단은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3.26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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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자녀 양육권은 중요한 헌법상 기본권"
서울행정법원 "무단결근 안 하게 배려했어야"
'자녀 양육권' 사유 부당해고 첫 법원 판결

[법률방송뉴스] 만 1살과 6살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기로 하고 수습 사원으로 들어갔는데 업무 특성상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하는 초번 근무는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수습 사원에 대한 회사의 채용 거부는 정당한 걸까요, 위법한 걸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A씨는 지난 2017년 고속도로 영업소의 서무주임으로 수습 채용됐습니다. A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주휴일과 노동절에만 쉬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맺었습니다.

해당 고속도로 영업소는 ‘초번 근무’ 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초번은 오전 7시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에 회사 측은 A씨가 초번 근무를 할 때 중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해줬다고 합니다.

회사 측과의 갈등은 A씨가 주휴일과 노동절에만 쉬기로 한 애초 근로계약을 어기고 다른 공휴일에도 쉬면서 불거졌습니다.

노동절 외에도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대통령 선거일, 현충일 등도 출근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영업소 측은 공휴일 결근 문제가 불거지자 A씨에 대해 “초번 근무 시 외출 편의를 봐 줄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아예 초번 근무를 거부했습니다.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끝난 뒤 영업소 측은 근태 불량 등을 이유로 정식 채용을 거부했습니다.

다른 업무 항목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은 A씨는 채용 거부는 부당해고라며 관할 노동위원회에 제소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 손을 들어줘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영업소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A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공휴일·초번 근무를 거부할 수 없으며, 업무 특성상 수습 평가에서 근태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법원도 ‘자녀 양육권’을 회사가 제대로 배려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원고 패소, 그러니까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근태가 중요하다”는 회사 측의 주장 자체는 대부분 받아들였습니다.

"외관상으로는 초번·공휴일 근무가 적법하고, 평가 결과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재판부는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최종적으론 "정식 채용을 거부한 것은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회사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해 실질적으로 A씨에게 '근로자의 의무'와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회사는 어린 자녀 양육 때문에 무단결근이나 초번 근무 거부에 이른 사정을 헤아려 A씨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0년 ‘자녀 양육권’을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판시한 뒤 자녀 양육권 위반을 사유로 부당해고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유아 양육에 관해 종전에는 가정이나 개인이 각자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점차 사회에서도 그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근로자들의 양육 문제에 대해 기업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거나 사용자의 배려를 요구할 수 있다는 데에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재판부 인식입니다.

요약하면 무단결근은 맞지만 무단결근을 하지 않도록 회사가 배려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런 배려를 하지 않았으니 해고는 부당하다는 결론입니다.

주변 반응을 보니 판사가 뭣도 모른다. 저런 식이면 앞으로 아이 가진 엄마들은 회사가 아예 안 뽑을 거라는 식의 반응이 많습니다. 상급심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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