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양승태 재판'... 재판부 "공소장 너무 장황, 피고인에 대한 선입관·편견 우려"
막 오른 '양승태 재판'... 재판부 "공소장 너무 장황, 피고인에 대한 선입관·편견 우려"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3.25 1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첫 공판준비기일 열려
재판부, 검찰에 대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지적
공소장 일본주의, 피고인 범죄사실만 기재해야
검찰 "전후 사정과 동기 등 상술할 수밖에 없어"

[법률방송뉴스] 오늘(25일) 서울중앙지법에선 형사합의35부 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이 너무 장황하다”며 “법관으로 하여금 피고인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브리핑’, 공소장 일본주의 얘기해 보겠습니다.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변호인들만 참석했습니다. 검찰에선 검사 12명이 나왔습니다. 이례적으로 많이 나온 숫자입니다.

박남천 부장판사는 “공소사실 낭독은 생략하겠다”며 단도직입으로 “최초 공소장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서 재판 진행하기엔 부적절하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재판부는 이후 장시간을 할애해 검찰 공소사실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예를 들자면, 공소장 78쪽 봐 볼까요”라며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관련해서 고영한 주심 대법관이 한 행위 내용을 기재했다, 고영한은 기소되지 않았다, 기소되지 않았는데 행위를 기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건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불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재판을 하는 게 맞을지 의심이 든다“는 것이 재판부의 지적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지금 몇 가지 예만 들었다. 지금 다 한 건 아니고 대표적으로 이 상태서 그대로 재판하기에 부적절한 부분만 들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기소된 공소사실과 직접 관계되지 않으면서 너무 장황하게 불필요하게 기재된 부분, 법관으로 하여금 피고인들에 대해 부정적 선입관이나 편견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부분, 공소 제기 취지가 불분명한 부분이 몇 군데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거듭된 지적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반드시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면서 “이건 일종의 공소장 변경 요구”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의 오늘 지적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공소장엔 피고인의 범죄사실만 기재해야 하고 재판부가 예단이나 편견을 갖게 할 다른 서류나 기타 내용을 첨부·인용할 수 없다는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면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쉽게 말해 다른 얘기들을 장황하게 너무 많이 적었으니 양 전 대법원장과 직접 관계없는 얘기들은 빼고 공소장을 다시 내라는 지적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은 무려 296쪽에 달합니다.

재판부의 공소장 지적 요구에 당황한 검찰은 "직권남용은 정확히 설시하지 않으면 왜 범죄가 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 점을 고려해 피고인들이 어떤 직권에 기댔는지, 전후 사정과 동기는 무엇인지 상술할 수밖에 없다“고 재판부에 설명했습니다.

전후 맥락과 사정을 설명하려다 보니 기소 안 된 다른 사람 얘기도 일부 들어갔지만 왜, 어떻게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남용 범죄가 성립되는지 설명하려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해명입니다.

재판부의 오늘 공소장 지적을 두고 법원과 검찰 안팎에선 여러 해석이 분분합니다.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는 절차적 하자에 발목을 잡히지 않게 하려는, 지적을 빙자한 법원의 배려라는 해석도 있고, 무슨 좋은 일 났다고 뭘 그리 장황하게 길게 썼느냐는, 검찰에 대한 타박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다시 한번 서면으로 받은 뒤 정식으로 공소장 변경 요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쟁점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아 다음달 15일로 길게 잡았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을 피고인으로 세운 사상 초유의 재판, 그 서막이 올랐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