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지역권' 관련 조항에만 요역지 6번 승역지 11번 등장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19일)은 ‘요역지’와 ‘승역지’입니다. 

요역지와 승역지라는 단어의 뜻은커녕 이런 단어 자체를 들어본 분이 몇 분이나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드루와 드루와~”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 같은 ‘드루와’는 아니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남의 땅을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의 땅과 내 땅이 붙어 있는데 남의 땅을 지나야 내 땅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경우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남의 땅을 지나갈 수 있는 권리를 우리 민법에선 ‘지역권’ 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민법 조항, 제293조입니다.

“토지의 분할 등의 경우 지역권은 요역지의 각 부분을 위하여 또는 그 승역지의 각 부분에 존속한다” 고 돼 있습니다. 

요역지와 승역지, 전체 문장 모두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봐도 그 뜻을 알 길이 없습니다.

[시민]

“잘 모르겠는데... 풍수지리, 무덤 이런 건가?”

일단 한자만 놓고 보면 요역지는 ‘요긴할 요(要)’에 부역(赴役)할 때 ‘부릴 역(役)’ 자에 ‘땅 지(地)’ 자를 씁니다. 직역하면 ‘요긴하게 부리는 땅’ 이라는 알 수 없는 뜻이 나옵니다. 

승역지는 ‘이을 승(承)’에 역시 ‘부릴 역(役)’ 자를 씁니다. ‘이어서 부리는 땅’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뜻이 나옵니다. 한자를 알아도 단어의 뜻을 모르긴 마찬가지입니다.   

[시민]
“모르겠는데... 못 들어봤어요.”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역(伇) 자엔 ‘줄짓다’, ‘쭉 늘어서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 뜻을 적용해 해석을 하면 민법상 요역지와 승역지의 뜻은 일단 '줄지어 늘어선 땅', 즉 ‘인접한 땅’ 정도의 의미가 됩니다.

법률적으론 정확하게 이런 뜻입니다.

갑이 자신의 토지에 출입하기 위해 을의 토지를 지나야 하는 경우, 갑은 을의 동의를 얻어 을 토지의 등기부등본에 지역권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갑의 토지를 요역지, 을의 토지를 승역지라고 하는 겁니다.

즉 요역지는 남의 땅을 지나야지 갈 수 있는 내 땅을, 승역지는 내 땅에 가기 위해 지역권을 설정해야 하는 남의 땅을 의미합니다.

[민홍기 변호사 / 법률사무소 승전]
“지역권 자체도 지금 많이 활용되지 않는 부분이고, 지역권에서 발생되는 승역지나 요역지 부분도 저희 변호사들도 찾아보고 나서 알 만큼 굉장히 의미와 단어 자체가 거리감이 있는데 이것은 개선돼야 될 부분이고...”

이런 그 뜻을 알기 힘든 요역지와 승역지가 우리 민법 지역권 조항 관련해서만 요역지는 모두 6번, 승역지는 무려 11번이나 등장합니다.

법무부는 요역지와 승역지를 ‘생소한 법률용어’라며 각각 ‘편익을 받는 토지, 편익을 제공하는 토지’로 고쳐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한자를 알아도 그 뜻을 알 수 없는 난해하다 못해 황당한 법률용어 요역지와 승역지,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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