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1심 유죄 판결 납득 어려워,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 판결"
재판부 "재판 불공정 우려 있으면 얼마든지 재판부 기피신청 하라"

[법률방송뉴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여론 조작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오늘(19일) 열렸습니다.

오늘 재판에선 김 지사에 대한 보석 심문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흔히 많이 쓰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 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인지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오리무중 사자성어는 ≪후한서≫ '장해전'(張楷傳)에서 비롯됐습니다.  

"다섯 개 부(府)에서 이어서 불러 현량방정과에 오를 것을 천거하였지만 나아가지 않았다. 본디 도술을 좋아하여 능히 오리에 걸친 안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뒤에 조정에서 편안한 수레를 보내 초빙했지만 병을 칭해 사양했다“는 기록이 그것입니다.

장해는 재주와 덕망이 뛰어났지만 벼슬엔 뜻이 없어 화음산이란 곳에 은거하며 두문불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그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조정에서도 수시로 사람을 보내 장해를 불러들이려 하면서 한적하던 화음산 기슭에 그의 호인 공초(公超)를 본뜬 '공초시'라는 시장과 저자까지 생겼다고 후한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리무'와 관련해선 이런 기록도 있습니다.

"관서 사람 배우도 삼 리 안을 안개로 덮을 수 있었는데 장해에 미치지 못해 장해를 따라 배우려 했지만 장해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후에 배우가 안개를 일으켜 도적질을 하다 붙잡히자 장해에게 배웠다고 고변을 했다. 장해는 이에 2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는 기록이 그것입니다.

옥살이 2년, 징역 2년. 김경수 지사가 1심에서 선고받은 실형 형량과 똑같습니다.

억울하게 2년간 옥살이를 한 장해는 이런 일화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루는 힘깨나 쓴다는 고관대작이 수레에 흰쌀을 가득 싣고 장해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에 먹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장해의 제자가 쌀을 받았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에 장해는 제자에게 "저것이 선의이겠느냐 아니면 다른 뜻이 있겠느냐" 묻고는 "내가 저것을 받으면 저 관리의 종이 될 것이다. 너는 내가 종이 되길 바라느냐"하고는 관리와 쌀을 모두 내쳤다고 합니다.

대가 없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는 극히 드문 게 세상의 인심이고 인지상정입니다.

드루킹이 뭘 보고 뭘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 노력을 들여 댓글 여론 조작을 했는지, 무엇을 믿고 김경수 지사에 자신의 측근을 오사카나 센다이 영사에 임명해 줄 것을 그리 당당하게 요구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른바 '합리적 의심'입니다.

오늘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경수 지사는 이런 세간의 지적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모시고,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신 사람으로 이런저런 요청이 있으면 성심껏 대응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고 살았다“는 게 김 지사의 말입니다.

자신의 선의를 드루킹 일당이 악용했을 뿐 자신은 댓글 조작과 털끝만큼도 연관이 없다는 항변입니다.

"1심 유죄 판결은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 1심은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 식으로 판결했다"는 것이 김 지사의 말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를 맡은 차문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재판에 앞서 김경수 지사에게 "불공정 우려가 있으면 얼마든지 기피 신청을 하라"며 "모두가 승복하는 재판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유죄와 무죄 결론들을 내려놓고 유죄를 내리면 '적폐판사', 무죄를 내리면 정권 눈치를 보는 '정치판사' 식으로 예단과 비난을 퍼붓고 있는 양 극단의 태도 모두를 강한 어조로 성토하며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 거듭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두 번째 공판까지 지켜본 뒤 김 지사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재판부 다짐대로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재판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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