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의혹과 분노... 김학의·장자연 진실 규명에 다시 2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관련된 이른바 '성접대 동영상' 사건과 장자연 사건은 최근 버닝썬 사태와 맞물리면서 국민적 의혹의 초점이 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입수한) 영상에서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었다"며 우회적으로 검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고의로 축소·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장자연 사건의 경우 장씨의 동료 배우였던 윤지오씨가 최근 잇달아 관련 증언을 하고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재조명됐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고 장자연씨 사건 수사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에는 6일 만에 64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2009년 발생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대부분의 관련 혐의 공소시효가 끝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와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시효가 남은 범죄행위는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 달라"고 말했다.

2011년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나돌면서 시작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성접대'냐 '성폭행'이냐 하는 사건 내용과 별개로, '검찰 비호' 의혹이 파장을 더욱 키웠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이날 "기존 수사와 불기소 처분 과정에서 강간과 불법 촬영 및 성접대, 뇌물 혐의를 충실히 규명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있다"며 "김 전 차관과 피해 여성의 성관계 여부 등 기본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고 사실상 검찰의 부실 수사를 시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사건들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의 고의적인 부실 수사와 조직적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면서 "힘있고 빽있는 사람들에게는 온갖 불법과 악행에도 면죄부를 주고, 힘없는 국민은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벌어진 사건이라 하더라도 지금 잘못 처리하면 우리 정부 잘못으로 귀착된다"면서 "검경이 조직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이번에도 이들 사건의 진상 규명과 사법처리가 이어지지 않을 경우 정권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0년 동안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의혹과 분노. 검찰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다시 주어진 2개월의 시간 동안 그것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검찰과거사위는 이들 두 사건 외에 '용산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1월에야 사건이 재배당된 사정 등을 감안하여 필요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4월부터 2개월 동안 위 3개 사건들의 진상 규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