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가 죽었다고?"... 멀쩡히 살아있는데 사망 진단서도 없이 황당한 '사망신고'
[단독] "내가 죽었다고?"... 멀쩡히 살아있는데 사망 진단서도 없이 황당한 '사망신고'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3.14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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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이혼으로 수십년 산 속 생활
머리 아파서 병원 갔더니 '뇌종양' 진단
사망신고 돼 있어 보험도 수술도 불가능
황당 사망신고, '인우보증제도'가 뭐길래

[법률방송뉴스] 멀쩡히 살아있는데 자신이 죽었다고 사망신고가 되어 있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무슨 재연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합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사망 진단서도 없이 어떻게 사망신고를 했을까요.

황당한 사망신고, 법률방송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장한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0살 최모씨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서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서는 보통 주소지나 생년월일, 호적 등이 잘못돼 있어 이를 변경할 때 사용합니다.

하지만 최씨는 정말 황당하고 희귀한 사유로 정정 신청서를 냈습니다.

최씨가 법원에 제출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허가 신청서입니다.

"신청인은 엄연히 생존해 있음에도 신청인의 아들 명의로, 신청인의 처남과 처제가 인우보증을 선 형태로 사망 신고서가 접수되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허가 신청을 한다"고 돼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산 사람이 죽은 사람으로 되어 있으니 다시 살아있는 것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 달라는 신청입니다.

사건은 23년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40대 중반이던 최씨는 운영하던 안경점이 장사가 안돼 어려움을 겪다가 폐업하고 설상가상 가정 문제가 터지며 부인과 이혼까지 하게 됩니다.

이에 최씨는 태어나 살아오던 대전을 떠나 충북 청원군 소재 산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홀로 산 생활을 하다 어떻게 제주도까지 흘러 들어갔는데 머리가 아파 병원을 갔다가 뇌종양 진단을 받게 됩니다.

더 청천벽력 같고 황당한 건 자신이 이미 죽은 사람으로 돼 있어 보험 처리도 안 되고 수술도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손광무 대한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 과장]
"큰 병이 있어가지고 수술을 받아야 되는데 수술하려면 정부 보조가 필요한데 사망자로 돼 있으니까..."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산으로 들어가 연락이 끊긴 최씨가 죽은 줄 알고 2007년 최씨의 아들이 친척들과 함께 최씨가 2002년 사망한 것으로 신고를 해버린 겁니다.

보험금 허위 수령 등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보통 의사의 사망 진단서가 있어야지 사망신고를 할 수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 가족들이 '사망했다'고 보증을 서는 이른바 '인우보증제도'를 이용해 사망신고를 한 겁니다.

[이기호 변호사 / 현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장]
"인우보증제도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병원에서 사망을 하지 못하시고 병원 이외의 곳에서 사망하신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도 아직 인우보증제도가 폐지가 된 것은 아니고요."

황당해진 최씨는 주민등록을 살리기 위해 동사무소에 갔다가 더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신분증은 없고,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 돼 있고, 본인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주민등록 재발급도 가족관계등록부 정정도 안 된다는 겁니다.

육지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를 떠나려 해도 신분증이 없어 비행기도 배도 탈 수 없는 황당한 처지에 몰린 최씨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법률구조공단 제주지부를 찾았습니다.

최씨의 황당하면서도 딱한 사정을 접한 공단은 최씨가 마지막으로 주민등록이 돼 있던 대전지부에서 최씨에 대한 법률 구조에 나섰습니다.

[이기호 변호사 / 현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장]
"제주에서 진행되던 사건 일체를 저희가 넘겨받았거든요. 그것을 대전가정법원에 가족부 정정 허가 신청을 하면서..."

공단의 도움으로 최씨는 열 손가락 지문조회 등을 통해 자신이 자신임을 법원에서 입증하고 난 뒤에야 가까스로 죽은 사람에서 산 사람으로, 잃어버린 신분을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기호 변호사 / 현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장]
"생존자하고 사망신고 된 사람하고 동일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제주 서부경찰서에 지문조회를 의뢰했거든요. 제주 서부경찰서에서 우리 의뢰자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해가지고 전산 상에 등록된 것과 일치했는지를 조회를 한 것이죠. 그런데 '일치 한다'라는..."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허위 사망신고로 죽은 사람으로 돼 있는 황당한 현실에도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딱한 처지.

공단 이기호 변호사는 "잘못된 사망신고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의뢰인의 신원을 회복하고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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