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리(統理)... '일체를 통할하여 거느림 또는 그 사람'이라는 뜻
대통령령에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그 회무를 통리한다”
국립국어원 "1993년 순화 대상 용어 지정“... 여전히 안 고쳐져

[법률방송뉴스] 통리기무아문,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에서 보았던 단어인데요. 공과와 역사의 평가를 떠나 1880년 고종이 근대화의 열망을 담아 창설한 관청 이름입니다.

그런데 백수십년 전에 쓰였던 통리기무아문의 ‘통리’라는 단어가 우리 법령에 여전히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1880년 고종 17년, 고종은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의 일을 포함한 국사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통리기무아문’(統理機務衙門)을 설치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이날의 일을 "신설한 아문은 대신 중에서 총리를 마련하고 통제하거나 정무 보는 것은 의정부와 같은 규례로 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통리기무아문의 통리(統理). 

거느릴 통(統)자에 다스릴 이(理) 자를 쓰는 통리는 사전에 ‘일체를 통할하여 거느림’, ‘나라나 지역을 도맡아 다스림’ 이라고 돼 있습니다.

대통령 할 때 통령(統領)과 같은 뜻입니다. 

통리기무아문 설치 당시 역사적 맥락을 보면 지금으로 치면 국무총리의 총리에 해당하는 단어입니다.  

통리, 뜻은 그렇게 돼 있지만 이 단어의 뜻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윤희진 / 역삼동]
“(통리라는 단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잘 모르겠는데...”

[김지태 / 역삼동]
“(통리라는 단어 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못 봤는데요. 잘 모르겠는데요.”

웬만한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1880년도에 쓰인 이 통리라는 단어가 우리 법령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11조 "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며, 회무를 통리한다“,

(역시 대통령령인) 국가보안유공자 상금 지급 등에 관한 규정 제4조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그 회무를 통리한다” 등이 그것입니다.

국립국어원은 이미 26년 전인 지난 1993년 통리를 순화 대상 용어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
"'일체를 통할하여 거느림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말로 풀이가 돼 있거든요. 이것이 지금 순화 대상어라서 행정용어 순화 편람에 있고요. 1993년에 순화를 했습니다."

1993년에 순화를 했다는 용어가 2019년 지금까지도 버젓이 우리 법령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법제처 '알기 쉬운 법령팀' 관계자]
“‘회무를 통리한다’라는 규정 같은 경우에는 ‘위원회의 업무를 총괄한다’로 정비해 나가는 것이 타당한 걸로...” 

대통령도 총리도 아닌 통리, 1880년대 개화기에 쓰이던 단어가 21세기 대한민국 법령에 아직도 버젓이 남아 있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바꿔야 합니다.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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