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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에서 열리는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두 차례 피고인 출석을 거부해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이 발부된 전 전 대통령이 법률 대리인을 통해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리는 공판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자명예훼손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사격이 있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과 관련해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족들은 곧바로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로 인해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으나, 알츠하이머 투병과 독감 등을 이유로 재판을 수차례 회피하다 법원의 강제 구인장이 발부된 뒤에야 11일 재판에 출석할 뜻을 나타낸 것이다.

전 전 대통령 재판에서 적용되는 죄목인 사자명예훼손죄는 일반 명예훼손죄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자명예훼손죄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명예훼손죄보다 성립요건이 엄격하다.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사자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다. 

일반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가 적시 혹은 유포된 내용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릴 우려가 있다면 처벌 수위만 달라질 뿐 내용의 진실 여부를 가리지 않는 반면,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의 사실에 대해서만 처벌한다.

전 전 대통령 측이 고 조비오 신부에게 쓴 '거질말쟁이'라는 표현은 헬기 사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일반 명예훼손죄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반면, 사자명예훼손죄는 범죄의 피해자 또는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형사소송법 제227조에서는 사자(死者)의 친족 또는 자손을 고소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사자명예훼손죄나 일반 명예훼손죄나 공연성(公然性)을 요구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적시된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판례에서는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 후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 요건이 충족된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도5622판결 등)고 봤다.

형법 제309조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출판물은 그 자체가 이미 높은 수준의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경우 공연성을 따로 범죄성립 요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이정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율평)는 "'전두환 회고록'이 출판·배포를 금지 당했지만 이미 초판 내용이 공개된 상황이라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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