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당시에 입었던 양복 그대로... 이재오 등 지지자들 "이명박" 연호
보석 허가 재판부 "자택에 가서 기소된 범죄사실 하나하나 읽어보라"
보석금 10억원... 외부인 접견 불허 등 보석 조건은 '자택 구금' 수준

6일 오후 보석으로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있던 서울동부구치소를 빠져나가는 차량 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보석으로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있던 서울동부구치소를 빠져나가는 차량 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전 대통령은 6일 오후 3시47분쯤 수감돼 있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와 4시10분쯤 자택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구속 당시 입고 있던 검은 양복에 흰 셔츠 차림 그대로 준비된 승용차에 올랐다.

경찰의 호위 속에 취재진과 접촉 없이 차량에 곧바로 탑승한 이 전 대통령은 별도로 석방 소감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 측근과 지지자들이 구치소를 빠져나온 이 전 대통령의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이명박'을 연호하자, 이 전 대통령은 창문을 열고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화답했다.

자택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이 전 대통령과 취재진이 접촉할 기회는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보석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법원이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려 아직은 법치가 살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나 인신공격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법원 "자택에 가서 과거 피고인이 한 일을 찬찬히 회고해 달라"

검찰은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이 보석 보증금 10억원을 납입한 것을 확인하고 석방을 지휘했으며, 이후 1시간 내에 석방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보석 조건을 설명한 뒤 "자택에 가서 기소된 범죄사실 하나하나를 읽어보고 과거 피고인이 한 일을 찬찬히 회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3월 22일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구속돼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방어권 보장과 건강상 이유를 들어 지난 1월 29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법원은 고령과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하는 보석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병보석'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신 구속 만기일인 4월 8일까지 충실한 재판을 마치기 어려우므로 임의적 보석 사유는 있다고 봤다.

검찰은 구속기간 내 심리를 마치지 못해도 석방 후 심리를 계속하면 된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법원은 "구속 만기로 석방할 경우 주거 또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인멸의 염려가 더 높다"며 보석을 허가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 보석에 '자택 구금'에 상당하는 조건을 붙였다.

주거지를 논현동 사저로 제한하고 외출을 제한했다. 또 배우자, 직계혈족, 변호인 외에는 접견을 불허했으며, 특히 이 전 대통령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과는 일체 접견과 통신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진료를 받을 서울대병원도 '제한된 주거지'에 포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진료를 받아야 할 때에는 이유와 병원을 기재해 보석조건 변경 허가를 받도록 했다.

 

◆ 전직 대통령 보석 석방은 처음... 박근혜 전 대통령 청구 움직임 없어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보석을 통해 풀려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군사쿠데타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1997년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확정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허리 디스크 통증을 앓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추가 확정받은 상황이라 보석이 허가되더라도 곧바로 형이 집행돼 실익이 없으므로 사실상 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측은 보석 청구와 관련해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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