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한 장면. /tvN 화면 캡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한 장면. /tvN 화면 캡처

[법률방송뉴스] 대중의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한 법률적 해석, 법적 절차나 처리 과정 등 궁금한 점을 알려드립니다. 반드시 유명 인사(스타star: '별별')가 개입된 사건이 아니어도 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소소하더라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그러나 법을 알면 더 명쾌해지고 재미있어지며 피해도 줄일 수 있는 '별의별' 사안들을 다룹니다. /편집자 주

 

"강단이씨 해고하세요. 아니죠. 계약직이니까 계약 해지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네요."

지난 3일 방송된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겨루출판사의 고유선 이사(김유미 분)가 편집장인 차은호(이종석 분)에게 대졸이면서도 고졸로 학력을 속여 계약직으로 입사한 강단이(이나영 분)를 해고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나왔다.

배우 이나영이 연기하는 '강단이'라는 인물은 대졸 여성으로 유명 광고회사의 공모전에 당선돼 특채 입사하는 등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였지만 결혼과 함께 경력이 단절됐다.

강단이는 이혼 후 홀로서기를 위해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신다. 경력단절 여성으로서 일하는 리듬을 놓쳤을 거라는 등의 편견과 맞서 싸우지만 이를 극복하기가 버거워지자 강단이는 고졸로 학력을 속여 1년 계약직으로 겨루출판사의 경영지원팀에 입사한다.

그 후 마케팅 업무에 큰 도움을 주는 등 남다른 활약을 펼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사가 그녀의 화려했던 이력을 알게 되고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발각된다.

드라마 내용처럼 대졸 학력인 사람이 이력서에 학력을 고졸로 기재해 입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 이는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할까.

대법원 판례를 보자.

대법원은 먼저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학력 또는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나 증명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근로자의 근로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사 간의 신뢰 형성과 기업질서 유지를 위해서 근로자의 지능과 경험, 교육 정도, 정직성 및 직장에 대한 정착성과 적응성 등 전인격적인 판단을 거쳐 고용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 전제 위에 대법원은 "입사 당시 회사가 그와 같은 허위기재를 알았더라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지는 한 이를 해고 사유로 들어 해고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7. 5. 28. 선고 95다45903 판결, 1999. 12. 21. 선고 99다53865 판결)고 판시했다. 

학력을 속인 행위는 노사 간의 신뢰 등을 깨트리는 행위로 학력 허위기재가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인데 하지만 최근에는 대법원 판례 경향이 바뀌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례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대학 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업규칙에 근거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에도 고용 당시에 사용자가 근로자의 실제 학력 등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하였을지에 대해 추단하는 이른바 가정적 인과관계의 요소뿐 아니라 제반 사정을 보태어 보더라도 그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한 것은 아니라고 인정이 돼야만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09두16763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채용 당시 회사 측에서 입사지원자의 실제 학력을 알았더라면 고용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을 거라고 추론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학력을 속였다는 이유만으로 해고에 이른 것은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설령 학력을 속여서 입사했지만 이후 회사 업무를 충실히 해 근로관계가 원만히 유지되는 등 별다른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을 때에는 해고가 부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와 관련 양지웅 변호사(법무법인 이평)는 "이력서에 학력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했다고 해서 무조건 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채용 당시 상황과 채용 이후 실제로 근로관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력을 낮춰 입사한 드라마 속 이나영과 같은 경우 뿐 아니라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반대로 이력서를 꾸며서 허위로 기재하거나 증빙서류를 위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행위는 여러가지 법률에 저촉된다.

양지웅 변호사는 "이력서를 단순히 부풀려서 작성했다고 해서 곧장 사문서위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학력증명서와 성적증명서, 토익성적표 등 증빙서류를 허위로 작성했을 경우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또 "거짓으로 이력서에 쓴 내용이 채용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면 허위사실에 의한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나 사기죄(형법 제347조) 등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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