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뒤 귀가해 잠자다 사망... 직접 사인 급성심근경색증 사망 진단서 발급
보험사 "생전에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받은 적 없고 부검도 안 해 사인불명"
법원 "급성심근경색 진단받고 치료받으면 보험금, 사망하면 미지급은 모순"

[법률방송뉴스] 첫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는데 남편이 돌연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청천벽력이 떨어졌습니다. 

보험사는 그러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보험금 채무부존재 소송까지 냅니다.

법률방송이 해당 보험사 특별약관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거대 보험사의 횡포에 맞서 싸운 얘기,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6년 첫 아이를 출산한 A씨는 산후조리원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거실에서 잠을 자던 남편이 돌연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비보였습니다.

사망 3개월 전부터 자주 두통 등을 호소했던 남편은 사망 당시 얼굴과 목 가슴 충혈이 심했고 코피를 흘렸습니다.

남편을 검안한 의사는 ‘직접 사인: 급성심근경색증’이라고 적은 사망진단서를 발급했습니다.  

장례를 마친 A씨는 남편이 가입했던 보험사에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 2천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사인 불명'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채무부존재 소송까지 냈습니다.

혼자 속을 끓이던 A씨는 법률구조공단 안양출장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A씨의 무료 법률 구조에 나섰습니다.

[신지식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안양출장소]
"직접사인이 급성심근경색으로 기재되어 있는 전문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부검이 없었기 때문에 급성심근경색증 진단 확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한 해당 보험사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 특별약관입니다.

보험사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황이라며 법원에 낸 증거자료입니다.

먼저 급성심근경색증의 진단 확정은 국내외 병원에서 심전도나 심장초음파 등을 기초로 진단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특약은 그러면서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화된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보험사는 A씨의 남편이 생전이든 사후든 정식 진료나 부검을 통해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만큼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하지만 보험사 주장을 모두 배격하고 A씨와 공단 손을 들어 줬습니다.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까지 의사의 진단을 거쳐야만 ‘진단이 확정된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부검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진단비 지급을 부검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특히 “보험사 주장처럼 특약을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사람은 보험금을 받는 반면 정도가 중해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신지식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안양출장소]
“급성심근경색증의 특성상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판결은 보험사의 약관 해석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보험 계약자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핵심 쟁점에서 모두 패한 보험사는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확정 진단이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온 보험사의 횡포와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평가입니다. 

보험사가 맥없이 항소를 포기한 것도 이번 판결이 대법원 확정판결로 굳어지는 걸 피하려는 꼼수도 있어 보입니다.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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