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4월에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 예정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법률방송뉴스] 강의 중에 ‘법의 사문화’에 대해 설명할 때가 간혹 있는데 이 때 그 주요사례로 드는 것이 형법의 낙태죄 규정이다.

형법 제269조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또는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동법 제270조는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가 의사 등인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촉탁이나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소 통계에 의하면 매년 5만여 건의 낙태가 행해진다고 하는데 형법상 엄중한 낙태죄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처벌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낙태죄 규정 자체도 행위 주체가 부녀자로 한정되어 있고 의사의 책임이 과중하다는 점 등이 지적되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요구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는 종교계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고 헌법재판소도 2012년 낙태죄 합헌결정을 내리는 등 낙태죄 폐지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낙태죄를 폐지하고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리해 보면, 첫째,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낙태죄 처벌의 예외사유를 보면 임산부의 우생학적 측면, 강간이나 준강간,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이나 친족 간의 임신, 임산부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고, 강간의 경우 의료인이 그 판단을 할 수 없어 경찰 등 사법당국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둘째, 낙태죄 때문에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의료설비가 부실한 곳에서 몰래 수술할 경우 출혈, 자궁손상,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여성의 건강권 상실은 물론, 모성사망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의사는 환자 및 임산부의 치료자로서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한편 여성의 건강권 또한 보호할 의무가 있다.

넷째, OECD 국가 대부분이 낙태를 허용하는 상황에서 현실을 무시한 법적 강제의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 및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이러한 구시대적 법령은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는 등이다. 

반대로 낙태죄를 유지함으로써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정리해보면, 첫째, 낙태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여성문화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낙태죄 폐지가 곧 올바른 여성문화로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으며 존중받아야 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먼저 버려야 한다.

둘째, 생명존중문화가 확산되면 신생아 수가 늘어날 것이므로 저출산 문제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임신 당사자가 생명을 살리는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새롭게 설계해주는 생명존중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낙태와 관련하여 표면적으로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낙태는 여성에게도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입히게 되므로 피임을 철저히 하여 원치 않는 아기의 임신을 막되, 일단 임신한 이상 태아의 생명권은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넷째, 낙태를 통해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인식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이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등이다. 

이상과 같은 낙태의 찬반양론에 대하여 어느 견해가 옳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매년 5만여 건의 낙태가 행해지고 있고 가임기 여성의 75% 이상이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이제는 자기낙태죄만큼은 이를 폐지하고, 그 대신 분별없는 낙태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 입법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4월에 행해질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낙태죄 규정의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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