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세관장 인사 청탁 뒷돈 고영태 징역 1년 6개월 확정
측천무후 총애 믿고 전횡·횡포 일삼은 장종창·장역지 형제

[법률방송뉴스] 관세청 인사와 관련된 청탁을 받고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 받았습니다. 오늘 ‘판결로 보는 세상’은 호가호위(狐假虎威) 얘기해 보겠습니다.

좀 뜬금없긴 하지만 '남총'(男寵)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내 남(男)' 자에 총애하다 할 때 '총(寵)' 자를 쓰는데 사전에는 '예쁘게 생긴 남자가 특별한 사랑을 받는 일'이라고 써 있습니다.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로 군림했던 측천무후는 궁궐 내에 '공학부'라는 기관을 두고 수십 수백의 남총들을 거느렸다고 합니다. 궁궐에 상주하지 않는 남총까지 포함하면 과장해서 그 수가 3천에 이르렀다는 말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수많은 남총 가운데 말년의 무후에게 총애를 받은 장종창과 장역지 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가 있습니다. 복각시랑 벼슬을 지낸 장구청의 아들로 사대부 신분의 미소년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다고 해야 하나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 이들 장종창 장역지 형제는 원래 무후의 딸인 태평공주의 정부였다고 합니다. 태평공주가 어머니인 측천무후에게 잘 보이고 아첨하기 위해 자신의 애인들을 어머니에게 남총으로 일종의 상납을 한 겁니다.  

그리고 장역지 형제에 대한 무후의 총애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일화가 바로 무후의 손자, 훗날 황제가 됐을 의덕태자 이중윤의 죽음입니다.

이중윤의 죽음은 여동생 이선혜와 그녀의 남편 무연기와 장역지 형제의 일을 논의한 게 화근이 됐습니다. “장역지 형제가 어찌 제멋대로 궁중을 드나드는 것이냐”는 내용이었습니다.

황위를 이어받을 자신의 친손자인 이중윤과 무후가 말년에 황위를 물려줄 생각까지 했던 아끼던 친조카 무승사의 맏아들인 무연기였지만 무후의 분노를 피해갈 순 없었고 이중윤과 무연기는 모두 처참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중윤의 여동생이자 무연기의 부인이었던 이선혜, 임신 중이던 영태공주는 그 충격으로 달을 다 못 채우고 아이를 낳다 난산으로 죽습니다. 그녀 나이 겨우 열 일곱 이었습니다. 

이런 무후의 총애를 등에 업고, 측천무후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장역지 형제는 일반 백성들은 물론 조정에도 지금 말로 치면 엄청난 갑질과 횡포, 전횡을 일삼습니다.  

그러나 이 호가호위의 끝은 좋지 않았습니다. 이중윤 등이 죽임을 당한지 4년 뒤인 705년 재상 장간지는 좌우우림병을 이끌고 황궁으로 쳐들어가 장역지 형제를 죽입니다. 

총애하는 애인의 죽음을 막지 못 한 무후는 권세가 자신의 손에서 떠났음을 알고 그해 황위를 내려놓고 황태후의 신분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중종이 복위한 이 해 그녀는 사망합니다.

세간에 ‘비선실세’라는 말을 유행시킨 최순실씨와 고영태씨 관계를 두고 이런저런 뒷말들이 많습니다. 둘 사이의 일이야 두 사람이 제일 잘 알겠지만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옷과 가방을 만들어 납품했을 만큼 고영태씨가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2015년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모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례금 명목으로 총 2천 2백만원을 받은 특가법상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태씨에 대해 대법원이 오늘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최순실을 통해 세관 공무원 인사에 개입해 그 대가로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법원 판단대로 최순실씨와 ‘친분’이 아니었다면 고영태씨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고영태씨가 뭐라고 세관장 인사 청탁을 하며 수천만원을 주었겠습니까. 당연히 다 최순실씨를 보고 준 돈일 겁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돈을 준 시기입니다. 2015년. 2015년이면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한참 전입니다. 

수백억씩을 건넨 삼성 등 굴지의 재벌들에서부터 일개 세관 사무관까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걸까요.

아무튼 진정 호가호위의 시절은 다 끝난 건지, 어디선가 지금도 또 다른 크고 작은 호가호위가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여러 모로 착잡한 생각이 듭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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