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특검 기소 사건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재판 참석 이재용 부회장 '담담'한 태도... 직업 질문에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특검 "삼성 뇌물, 국정농단 핵심 고리" vs 삼성 "대가성 없었다"

 

 

[리포트]

평생 처음 형사재판 피고인.

그것도 수백억원대 뇌물 공여 피고인으로 재판에 나오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은 생각보다 담담해 보였습니다.

두 달 가까운 구치소 생활 탓인지 좀 수척해지긴 했어도, 수의 대신 단정한 회색 양복을 입고 머리도 새로 깎은 듯 가지런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법원엔 박영수 특별검사가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 등과 함께 나왔습니다.

특검이 기소한 수십 명에 이르는 피고인들 가운데 박 특검이 직접 재판정에 나온 건 이 부회장 재판이 유일합니다.

앞서 박 특검은 특검 수사 기간이 종료된 지난달 초, 이 부회장의 재판을 두고 ‘세기의 재판’이 될 거라며, ‘막강’ 삼성 변호인단을 상대로 결의를 다진 바 있습니다.

[박영수 특검/ 3월 6일]

"국론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국정농단 사실이 조각조각 밝혀져야 하고 정경유착의 실상이 국민 앞에 명확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저희 특검도 체제를 정비하여 공소유지 과정을 통해 진실을 여러분께 증명하는 역할을 더욱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고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이 ‘인정 신문’을 시작으로 특검과 삼성 측의 불꽃 튀는 공방이 시작됐습니다.

핵심은 삼성이 최순실 측에 주었거나 주기로 한 433억원의 성격입니다.

박영수 특검은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 유착 범죄“라고 이번 사건과 돈의 성격을 규정했습니다.

한마디로 검은 돈, '뇌물'이라는 겁니다.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하고 사익을 취한 국정농단의 핵심 고리가 삼성 뇌물’” 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특검 수사가 “예단과 선입견에 기반한다”며 특검 주장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삼성이 최씨 측에 준 돈은 “문화 융성과 체육 발전을 명분으로 한 대통령 요청에 따른 대가성 없는 지원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의에서 한 일이지 뇌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각론을 두곤 더욱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공방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수십억원에 달하는 삼성 승마 지원금에 집중됐습니다.

77억 9천735만원이라는 거액이 최씨 딸 정유라 한 명을 위해 지원됐는데, 이게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를 보고 준 뇌물이 아니면 뭐냐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최씨가 대통령에게 영향을 행사해 삼성에 불이익을 줄 것을 우려해서 줬을 뿐이지 대가를 바라고 준 돈이 아니라고 맞받았습니다.

같은 돈을 두고 특검은 뇌물 공여로, 삼성 측은 강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오늘 공판엔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도 피고인으로 나왔습니다.

한때 삼성의 2~3인자였던 인물들이었지만 특검도 삼성 측도 이들은 안중에도 없었고, 이재용 부회장만을 사이에 두고 그야말로 사생결단식 법리 다툼을 벌였습니다.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반드시 입증하겠다는 특검과 그렇게 되진 않을 거라는 삼성.

특검에선 박영수 특검을 필두로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특검 검사 7명 전원이 투입돼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삼성 측에선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송우철 변호사, 이용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출신 김종훈 변호사 등 7명의 변호사가 단단한 방패를 맡았습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저녁 7시를 넘겨 끝났고, 다음 공판은 오는 13일 다시 열립니다.

[스탠드업]

박영수 특별검사가 '세기의 재판'이 될 거라던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특검과 삼성 변호인단,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창과 방패의 대결이 어떤 결말로 끝나게 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뉴스 박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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