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씨 "법진 스님, 가슴 쓸어내려... '모텔서 쉬었다 가자' 말해"
대법원, 강제추행 유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판결 확정
선학원 재단 이사회, 이사장 사직서 반려... 계속 이사장직 수행
피해 여성 "이 막막한 현실을... 잃어버린 제 삶을 찾아주세요"

[법률방송뉴스] 분원만 360개가 넘는 거대 불교 도량 이사장 스님이 여직원을 성추행해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선학원 얘기인데요.

그런데도 선학원 재단법인 이사회는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스님의 사직서를 반려하고 계속 이사장직을 수행하게 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도대체 선학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관련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장을 장한지 기자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불교 도량 선학원입니다.

일제의 사찰령에 대항해 한국 불교 선맥의 정통을 잇겠다며 1921년 설립된 유서 깊은 도량입니다.

스스로 대한불교 조계종의 뿌리라고 자부하고 있는 선학원은 전국에 분원만 360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도 상당합니다.

[법진 스님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민족불교의 전통과 승맥을 지켜야 된다. 일제의 사찰령에 대항하여 설립된 단체입니다. 1950년대에는 선학원에서 청담 스님을 중심으로 해서 정화운동이 전개돼서 오늘날 대한불교 조계종이 탄생이 됐습니다."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을 상대로 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입니다.

신청 취지에 "재단법인 선학원에 관하여 이사장 및 이사로서 직무를 행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선학원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소송입니다.

사건 경위를 보면 "법진 이사장이 피해 여성의 손을 만지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등 위력으로 피해 여성을 추행하였다"고 돼 있습니다.

사건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법진 이사장이 당시 선학원 직원이었던 윤모씨를 BMW 승용차에 태워 속초로 데려가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겁니다.

속초에 도착해서는 모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는 "쉬었다 가자" "일출을 보고 가자"는 식으로 투숙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이런저런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윤씨는 결국 견디다 못해 2016년 10월 법진 이사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했고, 길고 힘든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선학원 미래포럼 관계자]
"이사장이 너무나 악랄하게 피해자를 힘들게 만들었어요.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부추겨 가지고 별의별 희한한 진술을 다 하게 하고..."

"스님을 고소한 후 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피해자인 저는 일개 직원이었고 가해자는 최고 상사이자 불교계 거대 법인의 이사장이었습니다. 가해자는 존경받는 스님이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성직자를 상대로 제가 겪은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은 무엇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라는 게 윤씨의 말입니다.

그리고 힘든 싸움 끝에 지난 1월 17일 대법원은 법진 이사장의 업무상 위력 등에 대한 추행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선학원으로,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윤씨는 그러나 청천벽력 같은 현실과 다시 마주했습니다.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열린 선학원 이사회에서 이사회가 법진 이사장의 사직서를 반려하고 이사장직을 계속 유지토록 한 것입니다. 

그것도 이사회 14명 가운데 11 대 3의 압도적 사직서 반려 찬성이었습니다.

그렇게 성추행 확정판결을 받고도 법진 스님은 이사회 결정에 따라 4년간 이사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사장으로 취임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2년간 이사장을 연임하게 된 것입니다.

[선학원 관계자]
"그 당시에 회의 표결할 때 이사 스님들 빼놓고는 다 밖에 나와 있어서 그 안에서 이루어진 얘기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알 수가 없어요."

대한불교 조계종은 법진 이사장이 이미 조계종 승적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관여하고 싶어도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계종 관계자]
"선학원에 소속돼 있는 스님들에 대해서는 대한불교 조계종 종법에 따라서 관여를 할 수는 있는데 이사장 법진 스님은 조계종에서 멸빈(승단에서 추방)을 했기 때문에 조계종 스님이 아니에요."

이에 법진 이사장 사직서 반려에 반발하는 선학원 일부 스님들을 중심으로 2월 11일, 이사회 결정을 취소하고 법진 이사장의 사직서를 수리하라는 가처분 소송을 낸 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스님이 성추행을 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선학원 이사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선학원 미래포럼 관계자]
"스님들로서는 똑같은 그런 사람들로 취급을 받으니까 신도들 볼 면목이 없고 직접적인 피해자 여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사찰을 운영하는 우리 스님들까지 막대한 피해가 있거든요."

법률방송은 법진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메시지도 남겼지만 법진 이사장의 입장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윤씨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가해자인 법진 스님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 저는 여전히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다”며 막막해했습니다.

[윤모씨 / 법진 이사장 강제추행 피해자]
"일단 너무 힘들고, 쉼터에 지금 계속 있고 그래요. 완전히 인생이 멈춰져 있고..."

"잃어버린 제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종교법인의 이사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도 건재한 이 막막한 현실을 변화시켜 달라"는 것이 윤씨의 절절한 호소입니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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