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었다 변명 부끄러운줄 알아야"... 신유용 무료변론 이은의 변호사 인터뷰 일문일답
"연인이었다 변명 부끄러운줄 알아야"... 신유용 무료변론 이은의 변호사 인터뷰 일문일답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2.21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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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24)씨 성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원이 지난 14일과 17일에 걸쳐 가해자로 지목된 손모(35) 전 코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손 전 코치는 검찰 조사에서 성관계는 있었다면서도 "연인 사이였다" "신씨와 사귀는 사이였다"며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강제적인 신체 접촉은 있었다"며 일부 강제추행 혐의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해서 신유용씨 무료 변론을 맡고 있는 성범죄 전문 변호사, 이은의 변호사는 "연인이라는 변명, 그 변명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자화상, 부끄러운 거울"이라며 "연인이었다는 것, 가해자가 연인인 것을 입증해야지 피해자가 연인이 아닌 것을 어떻게 왜 입증하냐"며 반문했다.

신유용씨 사건과 함께 유튜버 양예원씨 성추행 등 사건, 그리고 전반적인 성폭력 사건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은의 변호사 일문일답이다.

지난 1월 신유용씨 무료 변론을 맡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를 법률방송 취재진이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신유용씨 무료 변론을 맡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를 법률방송 취재진이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 전문]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 성폭행 사건 관련]

- 신유용 전 선수가 언론을 통해 성폭행 피해사실을 폭로한지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상황이 어디까지 왔고, 신유용 선수에게 찾아온 변화, 변호사님이 당면한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이 사건 고소는 2018년 3월에 있었고요. 그리고 이미 그 고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하기에 들어갔다는 것이고 신유용 전 선수는 11월에도 이미 ‘미투’를 했어요. 자기 SNS상이라든가 이런 자기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에. 그런데 그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죠. 그냥 음 이런 일을 당했대, 끝.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러다가 이번에 이 사건이 어떤 시기와 맞물리면서 조명을 받은 거예요.

‘신유용 전 선수가 폭로 이후 어떤 변화가 있냐’ 라고 물어보신다면, 본인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이제야 비로소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고, 수사기관이 성의를 갖게 되고, 자기의 전문적인 조력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가 생겼고, 이러한 상황이 이제 맞물리면서 피해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 혹은 피해의 어떤 본질에 대해서 조금 더 올곧이 전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을 설득해 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것뿐이에요.

이렇게 해서 변화가 완성되는 게 아니라 변해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그런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 신유용씨 사건, 주변 사람들이 증인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 증인으로 나서는지 안 나서는지의 차이는 ‘유도계에 발을 담그고 살고 있느냐, 아니면 유도계를 떠났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증인들의 부분보다는 어떤 상황들의 특수성을 수사기관도, 사법부도 인식하고 전제하고 사건들을 바라보고 접근한다면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금 변화가 이뤄진다면 그것이 역으로 작용해서 증인으로 나서려는 사람들도 용기를 내겠죠.

- 신유용씨의 경우 미성년자 시절부터 일어난 사건이라, 증거가 불충분할 것 같다는 견해가 있는데 어떤가요.

= 이 사건이 그렇게 쉬운 사건이 아닙니다. 이 사건만 쉬운 사건이 아닌 게 아니라 청소년 시절에 보호 감독자에 의하여 일어나는 사건들이 갖는 대부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의사표현을 얼마나 잘 할 수가 있겠어요.

심 선수 사건도 그렇고 이게 많은 사건들에서 피해자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혼란이 있습니다. 비록 그 심리적 혼란은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있고, 그리고 현재까지도 본인이 너무나 큰 충격을 너무나 어렸을 때 받았기 때문에 ‘트라우마’로 남아져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악용해서 가해자 측이 주로 이런 주장을 하죠. “합의했다” 혹은 “연인관계였다” 그런데 연인이고 합의고 이런 관계였다면 왜 그들이 미성년자일 때, 더구나 나의 어떤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단계일 때 하냐는 것이죠.

정신적인 사랑만 나누고, 성년이 되고 난 다음에 혹은 미성년자다 하더라도 나의 어떤 감독권, 보호감독권 밖으로 나갔을 때까지 조금 기다려주지 못했던 걸까요. 당신들이 했던 사랑은 뭔가요. 어른들의 사랑은 뭐였을까요.

그런데 다행히 심 선수 사건 같은 경우는 본인에게 어떤 피해가 첫 피해가 있었을 때 그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어떤 최선을 다해서 저항하고 거부하고 했던 사정이 있는 그런 경우입니다.

- 위력에 의한 간음 사건의 경우 증거가 불충분하면 무혐의 판단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저는 피해자들이 너무 많은 준비를 하기 위해서 오히려 잘못 밟아가는 스텝들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일단 ‘어떤 사건이 있었고, 자기가 피해를 입어서 고소하고 싶다. 처벌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있다면 우선 전문가랑 상의를 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에 알리는 게 맞는 거고요.

이 준비를 함에 있어서 예를 들어서 ‘난 증거가 하나도 없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증거는 되게 여러 가지 면에서 도출됩니다. 가령 예를 들면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증언은 수사에 단초가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자체가 되게 중요한 증거입니다.

한편, 가해자 쪽에서도 사실 피해자가 무엇을 알고 있고 어떤 증거를 갖고 있는지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가중처벌의 어떤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러한 여러 가지들을 생각해 봤을 때 ‘내가 무조건 불리해. 상대가 무조건 안 했다고 하면 잘 안 될 거야’라고 속단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본인이 해놓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 이 사건을 둘러싸고 피해자가 하는 진술과 증언 안에서 그 안에 이제 수사를 해볼 수 있는 참고인들이라든가, 그런 어떤 증거가 될 수 있는 정황적인 증거들, 혹은 피의자,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신문을 하겠죠. 신문을 할 때 자백을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도구들이 피해자의 기억 안에 있어요.

용기를 처음부터 잃을 필요도, ‘증거가 없어’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출발을 어느 지점에서부터 할 것인가를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고소를 하고 싶으시다든가 아니면 그것을 고민하는 단계라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부터 시작하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신유용씨 사건 이전에 심석희 선수의 폭로가 있었습니다. ‘체육계 미투’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 체육계 미투, 학생들 특히 미성년자 시절에 나왔던 이런 피해가 지금 얘기되고 있잖아요.

각 협회에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마지막 노력을 하겠다.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해보겠다” 이런 본인들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마시고, 협회 차원에서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 혹은 그 주변인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주변인들 개별적으로 접근해서 뭘 하라는 게 아니라 협회가 실은 구체적인 노력과 실천을 해 나가는 게 눈에 보이면 사람들은 그것을 부응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중간 역할로써 연맹, 협회, 관련 소속 단체들이 자리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참에 이 체육계 안에서의 비리라고 해야 되나요. 성과지상주의 이 구조·시스템 안에서 좋지 않은 행태를 하고 있고, 자기들끼리 이런 기득권을 공고히 하면서, 성폭력과 각종 폭력 사건을 무시하고 자기끼리 덮어주고, 가해자가 결국 기득권과 손잡아 있으면 뭐든지 ‘갑질’을 할 수 있는 관행이 지금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지양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폐쇄적인 체육계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참에 구조적이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번만큼은 조금 이런 사건들이 한 때 회자되다가 또 까맣게 잊혀지는 반복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유튜버 양예원씨 성추행 및 사진 유포 사건 관련]

- 양예원씨 추행·사진 유포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변호사님 입장에서는 승소이기도 한데요. 대법원 판단까지의 과정이 남아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 좋다고만 할 수는 없죠. 왜냐하면 2년 6개월보다 더 나올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는 해요. 왜냐하면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남아버렸잖아요.

설사 ‘저는 이렇게 할 때 그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입은 피해는 심약한 사람들이라면 평생 숨어 살거나 혹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종류의 심각한 피해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디지털과 관련된 범죄·성범죄에 대해서 취약한 게 사실입니다. 그것을 예방할 수 없어요. 그냥 교육으로써 예방을 조금 더 하는 것뿐이지 그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그럴 수는 없단 말예요.

그런데 피해 정도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정부, 교육부, 문화체육부, 법무부 등 다같이 합심해서 이것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규율해야 되는지를 볼 필요가 있어요.

법으로도 사실상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규율하고 있지 않고요. 법을 암만 바꾸면 뭐해요. ‘명예훼손 했어. 그래 벌금 조금 때리면 말지’ 혹은 ‘의사에 반하는 촬영은 했는데 유포하고 이런 것은 아냐. 초범이네. 벌금 때리거나 집행유예 가지 뭐’, ‘유포했어. 범위가 그렇게 확산이 많이 되지는 않았네’ 이렇게 하잖아요.

이런 어떤 상황들 속에서 이렇게 실형이 2년 6개월 길게 나온 것이니까 다행이긴 한데, 어느 한 편 ‘다행이다’라는 마음 한축에는 ‘이것으로는 정말 충분한 것일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죠.

양예원씨를 보세요. 이 사람 일반인인데, 어린친구고, 피해자에요. 그런데 그 아이의 사진을 봤다는 것 자체도 어떻게 보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굉장히 이 사람의 성기 같은 것을 지칭하는 은어를 속어를 써가면서 계속해서 2차 가해를 막 하고 있잖아요.

이러함 속에서 판결을 볼 때 감사하고 좋은데 ‘이것으로 충분할까. 이제 무엇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나’ 생각할 때 딱히 뭐가 또 없다는 말이에요.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갖는 마음의 복잡함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 관련]

- 성폭력 재판에서 피고인은 ‘연인 관계였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는 상당히 억울할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아니었음’을 입증할 수 있나요.

= 그놈의 연인론, 미성년자 제자들을 향해서 “내가 그 애를 추행한 건 그 애를 사랑한 건 사랑했기 때문이고, 우린 연인이었어”라고 주장되는 그 연인이라는 변명, 사실 결국 이게 쟁점이 되겠죠. 그런데 그 변명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자화상, 부끄러운 거울이다’라는 것을 말해가는 과정이 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저는 이 질문을 이렇게 다시 되물어보고 싶어요. “아닌 걸 어떻게 입증해?” 연인인 것을 입증해야죠. 연인이 아닌 것을 어떻게 입증해요.

예를 들어 “내가 이때부터 이때까지 A랑 연인이었어”를 주장했어요. 그랬더니 A가 “나는 이때부터 이때부터 연인이 있었어. 남자친구가 있었어”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쳐요. 그랬더니 “A가 뒤로는 나를 만났어. 가끔씩 우리 집에 왔어” 이렇게 얘기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떻게 입증해. 기가 막히죠.

그런데 경찰·검찰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연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해보라. 그래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되지 않겠냐” 이렇게 얘기를 해요. 아닌 것을 어떻게 입증해, 불가능한 거예요. 오히려 연인이라는 것을 입증해야겠죠.

두 번째, 제가 재판을 하다보니까 ‘연인’이라는 것도 되게 웃긴 게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 끝에 ‘ㅎ’ ‘ㅌ’ ‘^^(웃음표시)’ 등을 썼을 경우에 “이모티콘도 썼어. 아 이것은 연인이구나” 뭐가 특별한 관계로 오인 받는 것에 단초로 쓰여요.

그런데 저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트로 된 이모티콘을 막 보내고 있거든요. 정말 매일 순간순간 그런 생각을 해요. ‘지금 친한데 나중에 가서 다 연인이었다고 주장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할 거 아니에요.

성범죄가 보통 지인 간에 일어나는 사건이 되게 많은데 갑자기 연인관계를 주장해요. 수사기관도 판사님들도 생각하셔야 되는 게 피해자가 생각할 때 납득 가능한 정도의 ‘연인’을 스스로도 ‘연인’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이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 최근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성폭력 사건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라”며 잇따라 파기환송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매우 긍정적이라고 보죠. 대법원이 마지막에 요식행위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사실 대법원 판결, 판례에 적혀있는 문구, 이런 것들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법률과 같은 정도의 효력·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너무나 미미하죠. 사실은 ‘대법원까지 가기에 앞서서 조금 더 하급심 재판들이 이런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현재 보면 1심, 2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검찰이 거의 자동적으로 대법원에 거의 상고를 안 해요. 검찰 입장에서는 ‘대법원에서 뒤집어지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서 안 하는 방안으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는 여전히 다툼이 있다면 그저 증거불충분의 문제,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누구의 진술을 믿냐’ 이런 것들 다툼되는 상황이라면 일단 상고를 해봐 주시는 것도 피해자한테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증거불충분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인용이 되지 않거나 배척돼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은 대법원으로 상고를 해서 한 번 더 판단을 받는 노력을 검찰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는 혼자 상고를 할 수 없어요. 대법원에 상고하는 건 검찰이 해줘야 가능한 겁니다.

매우 환영하며 앞으로 조금 더 ‘이런 판결들이 각급 재판에 많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판결문에 ‘YES meas YES, NO means NO’ 법안이 우리나라는 없다는 말이 포함됐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한국이 이것을 말할 수준인가. 한국 사법의 현실이 ‘YES means YES, NO measn NO’ 이 추상적 문구를 소화할 수 있는 단계인가를 보면 우리는 그런 단계가 아니에요. 오히려 지향점은 이렇게 가야겠죠.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지금 있는 법에서 말하는 폭행·협박에 의한 간음, 폭행·협박 어떻게 볼 것이냐, ‘죽을 만큼 저항 했다’라는, 사력을 다해서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행·협박, 이런 행사, 이런 것을 요구하잖아요. ‘NO’ 라는 것을 이정도가 돼야 ‘NO’라고 인정해주잖아요.

‘NO’를 어느 수준에서 인정하는지 자체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금 ‘YES means YES, NO means NO’는 너무 수준이 높은 고급 한 단계인 것 같고요. 적어도 피해자가 했던 ‘NO’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그게 얼마나 지금 피해자한테 불리하게, 형평성 없게 적용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의 ‘NO’가 ‘NO’를 했지만 ‘NO’로 인정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잖아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한국은 지금 시급하지 않나.

UN에서도 법률 자체를 폭행·협박에 의한 간음이 아니라 “폭행·협박 또는 ‘의사에 반하는 간음’ 이것을 강간으로 봐라”라는 그런 권고도 있었잖아요. 왜 있었겠어요. 의사표현 했는데도 성관계를 강행하는 것을 성폭행으로 인정하는 것이겠죠.

- 서지현 검사로 촉발된 ‘미투’, 상황 어떻게 보시나요.

= 늘 사건이 터질 때 막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서는 스르륵 묻혀요. 몇 년이 지나면 또 사건이 터져요. 또 막 사람들이 비난을 하고 부글부글해요. 또 스르륵 묻혀요. 그래서 이번은 조금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폭력 피해자가 사실을 폭로하거나 재판을 할 경우 재판 전략 수립은 물론, 증거 수집, 2차 피해, 주변의 관심 등 감당해야 하는 짐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요.

=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찬찬히 다 펼쳐서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전문가와 상의를 먼저 하시고, 만약에 ‘처벌을 하겠다’라는 의지가 확실하시다면 법적 절차로 들어가실 것을 권합니다.

용기가 필요하긴 하죠. 하지만 그 용기는 누군가 내줄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장 눈앞의 이 상황이 잘 해결될 수도 있고 혹여나 안 될 수도 있지만 그 때까지 살고 죽는 게 아니에요. 모든 것은 다 끝까지 살아내 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갖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편 주변에 관심까지 감당해야 되는 짐들이 많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주셔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힘든 건 주변에서 관심을 안 갖는 게 힘들지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서 힘든 게 아니에요. 주변에서 천박한 호기심이 많을 때 힘든 거겠죠. 그것은 조금 구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변이 주는 관심을 힘들어하는 피해자는 없어요. 준 게 관심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어 했던 것이고, 실제로 피해자들에게는 관심이 너무나 쏠리지 않기 때문에. 사건은 정말 많은데 조명은 굉장히 제한된 사건에만 쏠리잖아요. 그 지점을 기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들어 많이 맡게 되는 성범죄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디지털 성폭력으로 고통 받아서 찾아오는 의뢰인들이 많고, 그 우려가 되게 높은데요. 실질적으로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 영장 시청을 안 해줍니다. 물론 검사가 기각 놓을 수도 있고 판사가 기각할 수도 있어요. ‘적극적으로 해주셔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이 되는 사건이 지금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고, 현재 저한테도 많고요.

예를 들면 예전 같으면 술을 먹고 의식이 없는 사람을 데려와서 모텔이나 자취방 같은 곳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상관없는 간음을 해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에요. 피해자는 기억에 없는데 “이게 뭐야”하면 “너도 원했어”하면서 서로 진술만 엇갈렸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걸 또 찍어요. 예를 들어 피해자가 되게 취해있는 모습을 찍는다든가 아니면 어떤 것들을 중간에 녹음한다든가, 현재 보면 굉장히 많은 사건들이 그렇게 흘러가요. 왜냐하면 핸드폰이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기술의 발전을 막거나 기술이 주는 편리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이 편리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어떤 추가적인 범죄나, 범죄를 면피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범죄는 정비례해서 늘어나고 있죠.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확산시키는 툴들이 많아졌는데, 그런 것들을 돌아보면 지금 현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상담이 늘고, 사건이 늘고, 제가 굳이 카운팅을 해보지 않아도 당연한 수순 같습니다.

 

[이은의 변호사님 관련]

- 과거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저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회사에 얘기를 했었고, 그것을 얘기했는데 묻혔어요. 은폐되고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 후에 왕따를 겪었고, 그 얘기를 다시 했을 때에는 회사도 이 사건이 너무 커져 버린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외부로 가져나가지 못하고 회사 안에서만 얘기를 했고, 그런데 회사 안에서 뭔가 이게 처리되지 않으면서 구조적으로 ‘너 하나 조용히 해!’ 같은 그런 사건이 됐습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기도 했고 직장 내 성희롱 고지 후에 회사가 잘못 한 것에 대한 ‘내부고발 사건’이기도 했어요. 그 사건을 제가 공론화해서 진행을 했었고, 사건이 잘 끝났고, 법정에서도 잘 끝났고, 이후에 로스쿨 진학해서 변호사가 됐고, 그 다음에 관련해서 책도 썼고, 이러다 보니까 제가 변호사가 됐을 때 이런 유관 사건들이 저를 많이 찾아주었어요.

- 성범죄 전문 변호사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제가 성범죄 전문 변호사가 되어야지를 목표로 해서 변호사가 된 게 아니었어요. 변호사가 되고 난 다음에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누구였느냐’ ‘사회가 저를 무엇으로 소비했느냐’에 따라서 지금의 저는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죠.

감사하게도 많은 성폭력 피해자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각종 성폭력 피해자 분들이 저를 찾아주셨고 그 사건들을 함께 열심히 헤쳐 나갔고 그러다보니까 계속 그런 관련된 이슈로 사회에서 소비해준 거예요.

엄밀히 얘기하면 저를 사람이 태어나서 인생을 살면서 성인이 되면 어쨌든 사회가 이 사람을 어떤 것으로든 씁니다. 이 사람을 연예인으로 쓰기도 하고 이 사람을 소방관으로 쓰기도 하고 여러 가지 쓰임이 생기는 거죠.

제 쓰임을 만들어 준 것은 저의 의지로만 되는 것은 아니었고 감사하게도 이런 것들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많은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잘 맞물려가면서 사회가 저를 그런 방향으로 소비해줬던 시간들 속에서 오늘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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