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자, 주동자·통장 명의자 상대 손배소송
1심 "이미 돈 인출... 단순 통장 대여자 배상책임 없어”
법률구조공단, 범죄 피해자 법률구조 항소심 무료 변론
"통장 단순 대여자도 법적 책임"... 대법원서 확정 판결

[법률방송뉴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범죄 피해자 법률구조 사례, 오늘(18일)은 '보이스피싱' 구제 얘기해 보겠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신새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2016년 김모씨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자신의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기 실제 녹취 / 금융감독원 제공] 
“서울중앙지검 검찰청입니다. (네.) 검거 현장에서 다량의 신용 카드와 대포 통장을 압수했는데 그중에 본인 명의로 된 농협은행하고 신한은행 통장이 발견되신 겁니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기입니다.

비슷한 시기 30대 초반 가정주부 A씨도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습니다.

“고수입 알바. 세금 회피를 위해 판매대금을 입금받아 회사에 전달해 줄 사람 모집. 수고비 하루 200만원 지급”이라고 유혹하는 내용입니다.

“매출 증가로 인한 소득세를 면하기 위해 본인 소유 통장을 통해 물품 대급을 지급받고 이를 인출해주면 하루 200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돈이 궁했던 A씨는 문자 메시지 수신자에 자신의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면서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됐습니다.

뒤늦게 보이스피싱 사기에 당한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보이스피싱 주동자와 통장 명의자 A씨를 상대로 사기당한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냅니다.

1심은 김씨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주동자 외에 통장 명의자 A씨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속아서 통장을 넘겨준 사람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대법 판결에 따른 선고로, 이미 인출된 돈에 대해서 통장 소유자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나홀로 소송을 벌이며 고군분투하던 김씨는 통장에서 돈을 뽑아 준 사람에게 배상책임이 없다는 1심 판결에 대해 억울해하다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건을 검토한 공단은 김씨가 범죄 피해자이고 구조 타당성이 있다며 무료법률구조 결정을 내리고 항소심 변호를 맡습니다.

항소심에서 공단은 "통장을 대여한 A씨에게도 불법 공동행위자로서 함께 피해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공단 손을 들어줬습니다.

"계좌를 빌려줄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통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었다“,

"입금된 돈을 직접 출금해 인출책에게 전달해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가 주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들어 배상액을 1천6백만원으로 제한했습니다.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조필재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단순 통장 전달자에 대한 배상책임 의무가 면제돼 왔는데 이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이번 사건을 평가했습니다.

[조필재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

“그래서 항소심 판결의 의의는 어차피 빌려주더라도 보이스피싱 형사상, 민사상 책임 안 지니까 얼마든지 안심하고 빌려주게 되다 보니 이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욱더 활발하게 활개 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소한 이 판결 계기로 통장 명의 빌려주기만 해도 어쨌든 간에 상당부분 피해액 중에서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이러한 경각심을 줘가지고..."

금융감독원은 검찰청이나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입급을 하라는 전화는 100% 보이스피싱이라며 무조건 관계 기관에 신고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성호 팀장 /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팀]

“자신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고 이로 인해서 피해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계좌번호를 남에게 알려주거나 통장을 넘겨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반드시 유념하셔야 합니다”

공단 측은 “보이스피싱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라도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액이 제한되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법적인 문제에 대해선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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