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은 평소보다 심한 질책 듣고 10분 뒤 쓰러져 숨진 작업반장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심한 질책 듣고 10분 뒤 쓰러져 숨진 작업반장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률방송뉴스] 사업주로부터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받은 직후 일을 하다가 쓰러져 사망한 공사현장 작업 반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배광국 부장판사)는 사망한 작업반장 A씨의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기존의 뇌동맥류가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015년 1월 현장 작업반장이던 A씨는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천공 작업을 하던 중 실신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뇌출혈 등으로 이틀 만에 사망했다.

그는 쓰러지기 10분 전 공사 사업주인 B씨로부터 작업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반장이라는 사람이 무슨 작업을 이따위로 하느냐"는 등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사망한 것이 지병인 뇌동맥류 때문이고, 만성 과로나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 등이 없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 등을 거절했다.

당시 1심은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당하긴 했으나 인격적 모욕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며 "질책 직후 바로 작업에 착수한 점을 보면 평정심을 잃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정도로 돌발적인 흥분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A씨는 질책을 받은 지 불과 10분 후 쪼그려 앉아 천공작업을 하다가 실신했는데, 질책과 사고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매우 짧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오랜 경력을 가진 숙련공으로 공사현장에서 작업 진행과 관련한 사업주의 독려와 질책에 익숙했을 것"이라며 "업무상 스트레스로 기존의 뇌동맥류가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해 파열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결론을 냈다. 

재판부는 또 "사업주도 평소보다 심하게 꾸중했다고 인정하는 등 공사현장에서 일반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보다 상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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