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직권남용 사건 기소율 0.3~0.5%... 형사사건 평균 기소율 100분의 1 수준
"직권남용죄 입증 쉽지 않아... 기소 남발하면 공무원 복지부동 우려 정책적 판단도"
"직무권한·남용 개념 불확정적... 검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 혐의 입증 어려울 수도"

[법률방송뉴스] 법원이 오늘(1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적시 처리 중요사건'으로 지정하고 재판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에 배당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에 적용된 혐의 47개 가운데 절대 다수인 41개가 직권남용 혐의인데 관련해서 법률방송이 지난 5년간 직권남용 관련 검찰 처리 현황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그 내용과 의미를 '심층 리포트'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법률방송이 대검을 통해 받은 '직권남용 관련 접수 및 처리 현황'입니다.

고소·고발과 경찰 송치 사건을 포함한 '검사수사범죄 사건표' 통계시스템에서 '직권남용'을 키워드로 추출한 자료입니다. 

일단 직권남용으로 검찰 처분을 받은 사건을 보면, 2014년 4천 501명이었던 관련 사건은 지난해에는 1만 3천 503명으로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관련자 대부분은 기소유예나 혐의없음, 죄가 안 됨 등의 사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직권남용 혐의 불기소율을 보면 96% 안팎입니다. 수사를 하긴 했지만 사건 대부분을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겁니다.

실제 2014년 이후 지난 5년간 구공판, 공판을 구한다, 즉 정식 재판에 넘긴 비율을 보면 0.3%에서 0.5% 안팎, 1천명 수사하면 3명에서 5명 정도밖에는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나머지는 불기소 처리하거나 기소중지나 타관 이송 등 기타 처분으로 종료됐습니다. 나머지는 가뭄에 콩 나듯 몇 건씩 벌금 약식명령을 구했을 뿐입니다.

최근 5년간 전체 형사사건 기소율은 평균 34% 정도입니다. 10건 수사하면 3건 이상은 실제 기소로 이어졌다는 얘기인데, 직권남용 혐의 기소율은 이 형사사건 평균 기소율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직권남용죄 기소율이 낮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습니다.

우선 뇌물이나 배임, 횡령과 달리 직권남용은 단독적으로 범죄 성립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소해봐야 무죄 판결이 나면 검사 입장에선 좋을 게 없어 그냥 불기소로 덮는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직권남용 기소가 일반화되면 공무원이 아무 일도 안하고 복지부동 할 수 있다는 정책적인 고려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유는 동전의 양면처럼 한데 묶여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최진녕 변호사 / 법무법인 이경]
"전통적으로 직권남용 같은 경우에는 그 범위를 넓혀버릴 경우에 공무원으로 하여금 복지부동 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존에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직권남용 인정범위를 가급적 좁게 보는 경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앞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습니다.

재판에 개입하거나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등을 지시, 관여했다고 해도 해당 사무가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본래 직무가 아니어서 직무와 관련한 신분 범죄인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사법행정 하는 사람이 재판에 개입했다' 여기가 다 날아갈 가능성이 있어요. 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재판부의 고유한 권한이거든요. 대법원은 ‘사법행정권’을 가진..."

검찰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예고되는 대목입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직에 권한이 있다는 범위도 불확정적일 뿐만 아니라 남용이라는 개념 자체도 불확정적인 개념이라서 사실 기소하기도 어려웠고 유죄 판단하기도 어려웠던 범죄인 것이죠."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법률 전문가 중의 전문가를 상대로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죄 성립을 어떻게 입증할지, 입증할 수 있을지 법조계 이목이 검찰 행보에 쏠리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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