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혐의 47개 중 41개 '직권남용죄'... 박근혜·이명박 재판으로 본 양승태 재판
양승태 혐의 47개 중 41개 '직권남용죄'... 박근혜·이명박 재판으로 본 양승태 재판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2.11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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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공무원이 직무 관련해 의무 없는 일 하게 한 경우 성립
재판거래·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 대법원장 직무 권한 여부 쟁점
양 전 대법원장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치열한 공방 예고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적시된 47개 범죄 혐의, 대부분 직권남용과 관계된 것들이죠.

[장한지 기자] 그렇습니다.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거래 의혹 등 47개 범죄 혐의 가운데 무려 41개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앵커]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얘기, 앞서 리포트에서도 전해드렸는데 직권남용 성립 법리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일단 형법 제123조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를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하급자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리적으로 여기서 '직권'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일이어야 합니다. 즉, 직무와 관련해 하급자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한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데요.

따라서 재판 쟁점도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이나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 이러한 것들이 과연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장 직무 권한에 속하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보충 설명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예로 들어 보면요.

임 전 차장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에서 "문제가 된 행위 대부분이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기획조정실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으므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즉, 판사 블랙리스트나 재판 개입 문건 작성을 설령 임 전 차장이 지시를 하거나 관여됐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일들은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무가 아니다, 따라서 부당 지시가 있었다 해도 직무와 관련한 지시가 아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취지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도 아마 같은 취지로 재판거래는 대법원장 직무가 아니다, 따라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렇게 주장할 걸로 예상됩니다. 강신업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법리적으로는 과연 재판에 개입했다는 부분이라든지 또 판사 블랙리스트라든지 이런 부분이 직권의 범위에 속하고 그리고 그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은 사실적 쟁점과 법리적 쟁점 모두가 불거진 가운데 상당히 치열한 공방이 예상이 됩니다."

[앵커] 관련 판례 같은 건 어떻게 되어 있나요.

[기자] 이게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직권남용이 인구에 많이 회자되고는 있지만 사실 그동안 축적된 판례도 많지 않고,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리고 있어서 예단을 하기는 힘든데요. 대표적인 게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죄 성립 엇갈린 하급심 판결입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불법 모금 관련 박 전 대통령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1·2심은 모두 "대통령은 정부 수반으로서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유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의 직무 권한을 넓게 보고 판단을 한 건데요.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미국 소송 당시 공무원을 동원한 혐의에 대해서 법원은 "국가 행정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기업 소송에 대해 검토하도록 지시할 직무상 권한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일을 시킨 게 아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관련해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직권남용 사건의 1심 재판부 역시 "하급자의 직무수행이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상급자 지시가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최진녕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최진녕 변호사 / 법무법인 이경]
"직권남용을 예전보다는 훨씬 더 넓게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도 있고, 그 반면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 판결처럼 직권남용 범위를 전통적인 측면에서 봐서 좁게 인정하는 경향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말이에요."

[앵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데 재판부 배당은 어떻게 될까요.

[기자] 통상 재판부 배당은 검찰 기소 후 2~3일 안에 이뤄지는데요.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서울중앙지법 1심 형사합의 재판부는 총 16곳입니다.

법원은 이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근무를 했던 경력이 있는 재판장이 소속된 재판부 등 제척 사유가 있는 재판부를 제외하고요, 무작위 전산 배당을 통해 사건을 배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후배 법관들이 전직 대법원장 사건을 심판하는데 부담이 많아 꺼리는 측면이 있고, 앞서 기소된 임 전 차장 재판이 형사합의36부에 배당된 만큼 사건을 묶어 추첨 없이 임 전 차장 재판부에 배당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앵커] 아무튼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전직 대법원장의 항변. 법리를 떠나서 참 씁쓸하네요. 오늘(11일)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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