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투입해 기숙사에서 잠자던 여직원들 끌어내고 파업 해산”
“사측, 노조파괴 공작도 모자라 거액 손배 가압류... 지옥문 열려“

[법률방송뉴스] 정부가 경찰이 쌍용차 노조원들을 상대로 낸 손배소송 가압류 일부를 해제하기로 했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는데요.

파업을 이유로 한 손배 소송과 가압류가 노동자들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이종희 KEC 금속노조 지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중견 반도체 제조회사 KEC 한 직원이 설을 앞두고 받은 상여금 명세서입니다.

지급총액은 1,635,420원. 그런데 ‘KEC 채권가압류’라는 명목으로 1,358,470원을 떼갔습니다.

결국 실제 손에 쥔 돈은 266,320원, 말 그대로 주는 시늉만 하고 도로 뺏는 형국입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30억이라는 손배 가압류로 그걸 3년간 이렇게 좀 갚아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지금 저희 조합원 절반이 지금 손배 가압류가 되고 있고요...”

거액의 손배 가압류를 걸어 놓고 월급에서 공제해 가는데 한계가 있으니 회사가 월급과 상여금 명목으로 임금을 나눠 지급하고 양쪽 모두에서 돈을 떼 가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 이종희 지회장의 설명입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저희가 지금 150만원 최저 생계비 빼고는 지금 모든 금액을 회사가 급여에서 압류를 하고 있고 더 이상 가족한테도 말할 수 없고 빌릴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그런 고통에서 계속 뭐 이제 부채가 늘어나고 어떻게 대출을 받아도 한도가 있는 거고...”

사건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얼마 전 그 실체가 드러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문건처럼 KEC에서도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이라는 노조 파괴 문건이 발견됩니다.

노조원 성향 파악, 노노 갈등 유발, 노조 탈퇴 유도 등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문건과 판박이입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박근혜 정권의 노조 파괴, 그때 여러 가지 쌍용차나 뭐 다른 데서도 드러났다시피 2010년에 그런 노조 파괴에 대한 이런 게 있었고 그래서 경북지방에서는 이제 발레오라는 사업장이 먼저 노조 파괴가 시작됐고 그 다음에 저희 KEC가 타겟 지점이었던...”

이에 노조는 파업을 벌였지만 회사 측은 용역을 투입해 기숙사에서 잠자던 여직원들을 다 끌어내 파업을 해산하고 사업장까지 폐쇄해 버렸습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그 당시 6월 30일날 새벽에 용역 깡패 600여명을 투입해서 여성들, 기숙사에 자고 있는 여성들을 공장 밖으로 끌어내면서 저희들은 그게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억울했고 그때 사측의 민낯을 봤기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직장으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사측은 이번엔 거액의 손배 소송과 가압류로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을 걸고 넘어졌습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노동부에 다 신고하고 이런 정상적 절차를 다 거쳤어요. 거쳤는데 회사는 ‘정치적 파업이다’ 이렇게 몰면서 저희는 아니라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회사는 ‘정치적 파업하는 거다’ 이렇게 몰면서...”

3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2016년 법원 조정을 거쳐 30억원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30억원도 평범한 노동자들이 평생 만져보기 힘든 거액임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종희 지회장의 말을 빌리면 ‘지옥문’이 열린 겁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애기가 뭐 과자나 이런 거를, 사소한 거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 큰 게 아니고 작은 건데 이런 거 하나도 말하면 제대로 아빠가 선뜻 대답을 못하고 ‘다음에 아빠가 돈 많이 벌면 사준다’ 뭐 이런 식으로 말 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이런 가압류로 인한 경제적인 고통은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극도로 피폐하게 하고, 회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는 것이 이종희 지회장의 말입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또 정신적인 고통도 크거든요. 정신적으로도 손배 가압류가 정말 정신적인 고통이 많잖아요. 그래서 뭐 회사의 회유나 협박으로, 이런 회유나 협박으로 ‘손배 가압류 빼줄게. 나가라’ 이런...”

KEC 노조는 현재 사측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너무 억울하고 솔직히 이게 돈도 돈이지만 솔직히 사측한테 저희가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측한테 이게 부당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 소송을 내도 저희한테 떨어지는 금액은 얼마 되지도 않거든요...”

10년째 계속되는 사측과의 지난한 싸움.

가압류에 걸리지 않는 노조원들이 십시일반 월급에서 돈을 떼어 주며 힘을 보태주고 있는 가운데 이종희 지회장은 ‘제발 이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몇 번씩 되풀이하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이종희 지회장 / 금속노조 KEC] 

“한 달에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40만원까지 손배 아닌 사람도 그 돈을 같이 내면서 사측의 이런 부당함을 또 개선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할 거고... 하... 제발 이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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