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난장판' 지하철 공사... 반백년 공사에도 지옥철, 당연하지 않다"
"지자체·정부 부처·민간 사업자, 제각각 중구난방 혼선... 컨트롤 타워 부재"
"지하철 같은 SOC 사업, 사회적 공감대·효과·재분배 가능성 고려해야"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취재파일, 오늘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지하철 공사 얘기 해보겠습니다. 이현무 기자입니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됐습니다. 저도 회사에 지하철로 출근하고 있는데 출퇴근 시간대 특정 노선, 특정 구간은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든 정말 ‘죽음’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말 그대로 ‘지옥철’입니다.    

도로 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고 나면 어디선가 벌어지는 지하철 공사로 차선은 헝클어지고 도로는 꽉 막히고 버스를 타기 위해 길 가운데로 튀어 나가야 하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졌다고 해서, 늘 보던 풍경이라고 해서 이게 정말 당연한 걸까요. 관련해서 법률방송에선 마구잡이식 지하철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여러 차례 해드린 바 있습니다. 

예전에 고려대 어떤 유명한 농구 감독이 연세대와의 경기 중 작전 타임을 불러 선수들을 모아 놓고 했다는 작전 지시가 농구계에서 크게 일화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농구 감독이 한 ‘작전 지시’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두 가지가 안 되고 있어. 그게 뭔지 알아. 하나는 수비, 다른 하나는 공격이야. 수비와 공격을 잘 해야 한다고. 알겠어.”

조금 황당해 보이긴 해도 틀린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지하철 공사도 그렇습니다. 두 가지가 안 됩니다. 하나는 정확한 수요예측, 다른 하나는 타당성 조사입니다.

그 결과는 지하철 공사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데, 뭐가 생기면 좀 나아져야 하는데 숨도 쉬기 힘든 ‘지옥철’이 계속되고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꼽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와 일단 뚫고 보자는 식의 국토교통부, 내 돈 아니라는 식으로 혈세를 들이 붓는 기획재정부, 여기에 ‘기회는 이때다’ 하는 민간 사업자까지. 

“국가에서 하는 재정사업은 예산이 100%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다든가, 과도한 설계, 공사 장기화 등 민자사업보다 비효율적인 면이 있고, 민간업체에서 하는 민자사업은 수요를 과다 예측해 정부 지원금을 타간다는 문제가 있다.”

경실련 국책감시팀 최승섭 부장의 지적입니다. 공감이 가는 지적입니다.

실제 지하철 취재 과정에서 판 데 또 파는 식의 무계획적인 마구잡이식 공사에 대한 질문에 정부 부처와 지자체, 민간 사업자는 ‘수건 돌리기’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습니다.

타당성 조사는 우리가 한 거 아니다. 우리는 달라기에 돈만 댔다. 우리는 공사만 했다, 다른 건 모른다. 이런 식입니다. 심지어 “정확한 수요예측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무책임하다 못해 황당한 답변까지 들었습니다.

“지자체들이 서로 지하철을 놓으려고 앞 다투고 있는데 꼭 필요한 건지, 공감대가 이뤄진 건지, 나아가 이런 사업들이 효과적인지, 다른 방식의 SOC 분배는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경실련 도시계획센터 남은경 팀장의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1974년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이후 45년이 지났습니다. 그 반백 년 가까운 세월, 서울은 늘 ‘지하철 공사 중’ 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만 따져도 각 노선별 구간별 공사 기간을 더하면 무려 ‘77년’에 이릅니다.

지하철 공사. 식상한 영화 대사 같지만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라고 묻고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법률방송 취재파일 이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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