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피해자 특수한 상황 적극 고려해 판단해야
지난해 4월 대법 판결 이후 성범죄 판결에 적극 반영 경향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 비판도... 전체적 맥락에서 판결해야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안희정 전 충남지사 항소심 유죄 판결,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성인지 감수성' 얘기 해보겠습니다.

안 전 지사 판결 요지 간략히 다시 한번 정리해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네. 안 전 지사의 항소심에선 쟁점이었던 업무상 위력이 행사되었다고 1심과는 다르게 판단을 했습니다. 

러시아 출장 당시 성폭행이 있었던 다음날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집을 찾아다녔다거나 문자에 이모티콘을 섞어 보냈다 이런 내용들이 '성폭행 피해자로서는 보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던 안 전 지사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하면서 기각을 했는데요. 

"순두부집을 찾은 것은 비서로서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이고, 이모티콘은 그냥 젊은 세대들이 습관적으로 쓰는 친근감, 호감의 표시였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라고 하면서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유죄로 판단을 했습니다.

[앵커] 성인지 감수성이 정확히 어떻게 정의가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전체적인 대법원 판례의 맥락을 보게 되면 그 용어의 핵심의 의미는 '피해 여성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된다'라는 것인데요.

미투 운동의 영향과 여러 가지 대법원 판례의 내용을 보게 되면 안 전 지사의 경우에 1심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김지은씨의 모습이 '일반적인 피해자와는 다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성범죄가 있었던 경우에는 그 피해자 여성의 각각의 상황과 각각의 특수한 사정들을 살펴서 판단을 해야 된다" 라고 언급을 하면서 1심 판결에 대해 "편협한 판단이다" 라고 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그 용어를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성인지 감수성,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는 지난해 4월에 학생을 성희롱 했던 교수가 해임이 되고 나서 그 해임취소소송을 진행했던 대법원 판결에서 나온 말인데요. 

해당 교수는 수업 중에 여학생을 뒤에서 안는 백허그를 하고, 학과 MT에서 자고있는 여학생의 볼에 입을 맞추는 이런 14건의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를 취소하고자 소송을 진행했고요. 2심 재판부에서는 수업 중에서 사람들이 다 보는 데서 백허그를 했다고 상상하기가 힘들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학생이 계속 해당 교수의 수업을 수강한 점, 그리고 사건 한참 뒤에야 다른 사람의 권유로 신고한 점, 이런 점들을 이유로 들어서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만한 행동이 없었다" 라고 판단을 했는데요. 

대법원은 이것과는 다르게 “이것은 법원이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에서 내린 판결이다”라고 하면서 “피해자 개개인의 처지를 고려해서 판결해야 된다. 그래서 개개인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판단해야 된다” 라고 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말아야한다” 라고 강조를 했습니다.

미투 운동과 대법원 판결 이후에 성인지 감수성은 우리 성폭력 범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요. 

기존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인식을 피해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대표적인 관련 판례 있으면 하나 소개 해주시죠.

[윤수경 변호사] 네, 이 '포장마차 강간 사건'이 하나 있는데요.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합석했던 여성을 인근건물 3층 건물 옥상으로 데려가서 성폭행해 기소가 된 사건인데요.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습니다.

1심에서는는 이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나오는 녹화 영상과 범행 도중에 여성의 웃음소리가 녹음된 파일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성폭행 피해 여성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봐서 무죄가 선고됐는데요. 

2심에서는 가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하는 상반된 판결을 내렸습니다.

"범행 현장을 침착히 벗어나기 위해 손을 잡았던 것이고 갑자기 성폭행을 당해서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웃었다"는 여성의 진술을 받아들였던 판결이 되겠습니다.

[앵커] 이렇게 말하면 욕을 많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성폭행을 당하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는 게 저는 개인적으로는 와닿지 않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사실 대부분의 성폭행 범죄가 진술 외에는 물증을 찾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재판부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사건 같은 경우도 그 부분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 사회적 지위, 전체적 맥락을 고려해서 판단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성인지 감수성이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성범죄는 진술 외에는 물증을 굉장히 찾기 힘든 상황인데요. 

피해자 입장에서는 진술만으로 증거가 되고, 가해자 입장에서는 성폭력이 아님을 입장할만한 물증을 찾는 것도 반대로 이것도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된 무기력'이나 '성인지 감수성' 이런 것들을 이유로 남자분의 정황적 증거나 진술이 무기력화된다.

소가 제기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이런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객관적 상황이나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좀 더 객관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아무튼 용어가 뭐가 됐든 상식적인 선에서 판결이 내려졌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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