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다음에 돈 많이 벌면 과자 사줄게"... 최저생계비 빼고 월급 전부 가압류, 명절이 더 쓸쓸
"아빠가 다음에 돈 많이 벌면 과자 사줄게"... 최저생계비 빼고 월급 전부 가압류, 명절이 더 쓸쓸
  • 신새아 기자
  • 승인 2019.02.06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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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 노조 “조합원 절반이 손배 가압류... 가족들 떳떳하게 못 보는게 가장 힘들어”
2010년 파업을 시작으로 10년째 사측에 투쟁 중인 KEC 노조. ​
2010년 파업을 시작으로 10년째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KEC 노조. ​

[법률방송뉴스] 파인텍 노동자들이 무려 426일 간의 ‘굴뚝농성’ 끝에 다시 땅을 밟았다.

굴뚝 위에서 두 번의 새해를 맞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사회경제적지원센터에서 20여 시간에 걸쳐 진행된 밤샘 마라톤 회의 끝에 이튿날 오전 8시경 회사 정상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협상을 마무리했다.

‘스타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에 따르면 공개된 노사 합의서에는 노조가 요구했던 대로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 대표를 맡게 됐다.

또한 해고 조합원 5명을 업무에 복귀시키고 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오는 7월 1일까지 6개월 간 유급휴가로 100%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오는 4월 30일까지 단체협약 체결도 약속했다.

쌍용자동차 복직 노동자들 역시 기나긴 싸움 끝에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설을 앞두고 받은 첫 월급이 가압류돼 ‘반토막’이 나면서 다시 긴 싸움이 시작되는 듯 했지만 법무부가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법무부는 1일 쌍용차 파업 관련 최근 복직된 노동자 26명에 대해 국가가 개인당 1천만원씩 설정한 총 2억 6천만원 상당의 임금·퇴직금채권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민족이 대이동하는 기해년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끝모를 싸움을 지속하던 노사갈등 국면의 노동자들 농성이 하나둘씩 해결되는 모양새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농성을 이어가느라 명절을 잊은 노동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2010년 이후 10년째 사측과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KEC가 그렇다. 이종희 금속노조 KEC 지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나는 혼자라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명절임에도 가족들을 떳떳하게 마주할 수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동료들을 보는 게 가장 힘들다는 게 이종희 지회장의 말이다.

이종희 지회장은 “지금 150만원 최저생계비 빼고는 모든 금액을 회사가 급여에서 압류를 하고 있고 조합원 절반이 손배 가압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병으로 아픈 조합원은 병원비나 이런 거를 더 이상 가족한테도 말할 수 없고, 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고통에서 계속 부채가 늘어나고 있고 대출을 받아도 한도가 있어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혼자서 애기를 키우거나 또 애기도 2~3명 되는 조합원들도 많은데 애기가 과자나 이런 사소한 것을 사달라는 것마저 선뜻 대답을 못하고 ‘다음에 아빠가 돈 많이 벌면 사 준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이런 고통들을 겪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한테 건너건너 이렇게 들을 때 이 자리를 맡고 있는 지회장으로서 너무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11년 KEC는 노조의 파업 때문에 손실을 봤다며 노동자들에게 301억원의 손배 소송을 냈다. 2016년 9월 법원은 30억원으로 양쪽이 조정하라는 강제조정안을 내놨고, 노동자들은 조정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후 노동자들의 삶은 말 그대로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됐다. 2016년 이후 이들에겐 최저생계비를 뺀 모든 돈이 회사로 입금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2010년 파업은 사측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이는 지난 2011년 12월 노동부에서 압수수색한 자료에서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이라는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금속노조 탈퇴 유도, 기업노조 설립 공작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종희 지회장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의 승진이 가로막히고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임단협(임금단체협상) 시기에 하는 정당한 노동쟁의 행위가 불법 파업으로 치부되는 과정 등 모든 것들이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움직여졌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드러난 ‘인력구조 로드맵’이라는 회사 일지를 보면 노조를 깨기 위해서 이제 관공서랑 협조한다, 그리고 이 사람은 어떤 성향이다, 그리고 이 노조를 깨기 위해선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런 순서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우리의 정당한 투쟁인 파업을 회사가 불법파업으로 치부하면서 ‘정치적 파업’으로 몰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아니라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회사는 ‘타임오프 때문에 정치적 파업하는 거다’라고 몰면서 당시 새벽에 용역 깡패 600명을 투입해서 기숙사에 자고 있는 여성들을 공장 밖으로 끌어냈다”며 지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사측을 상대로 8가지 부노(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대해 ‘역손배’를 청구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힘든 싸움을 예상하면서도 이 지회장은 “어떻게든 우리가 옳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파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 민주노조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말하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지금 최저생계비로 150만원으로 정말 어려운 고통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불합리한 것은 얘기하고 지켜나가야겠단 생각에 정말 너무 어렵지만 이 노동조합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정말 살고 있다”며 “여러 가지 부당한 점을 노동조합 안에 있으면서 알리고, 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현재는 최저생계비를 받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똘똘 뭉쳐서 지금 계속 정당한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제발 이 고통이 끝나기를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선 계속 이러한 것들을 바꿔나가기 위해, 계속 노동조합을 민주적으로 가기 위해, 사측의 부당함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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