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장관 첫 공판 김 "보조금 줄인 게 범죄냐", 조 "오해에서 비롯... 성심껏 변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장관 면직 이유, 김 전 실장이 잘 알 것"

 

 

[리포트]

검찰 호송차에서 내리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모두 수의 대신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왔습니다.

김 전 실장은 흰 마스크를 했고, 조 전 장관은 화장기 없는 침울하고 초췌한 얼굴로 법정으로 올라갔습니다.

두 사람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실행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은 청와대 지시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문체부 고위공무원들을 사퇴하게 한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 시작에 앞서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김 전 실장은 “무직”, 조 전 장관은 “지금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특검은 모두진술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문체부 차원을 넘어 청와대 최고위층 지시에 따라 조직적, 유기적으로 자행된 사건”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특검은 그러면서 김 전 실장 등이 “위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업공무원제를 붕괴시키면서까지 공무원들을 비선 실세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권력형 국정농단 범죄’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라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특검의 기소가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특검 기소는 몇 가지 잘못된 선입관과 편견에 기초하고 있다”며, “예술인에 대한 국가보조금 지원 중단이나 감축이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술행위 자체를 강제로 막은 것도 아닌데 보조금을 좀 줄였다고 해서 그게 무슨 범죄냐는 논리입니다.

또 김 전 실장 등이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와 공모했다는 증거도 없고, 강요죄 구성 요건인 폭행이나 협박도 없었다며 특검의 공소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조 전 장관도 모두발언을 통해 모든 것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특검이 저희 집 압수수색 오셨을 때 철저히 수사해 저에 관한 의혹을 풀어주십사 했지만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언론 보도를 비롯해 그동안 저에 대한 깊은 오해가 쌓였던 것 같다. 저에 대해 오해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변호인들과 성심껏 변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말은 부드럽고 정중했지만, 특검 기소는 오해에서 비롯된 거라며 특검에 사실상 ‘법리 전쟁’을 선포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방청석 안팎에선 “부끄러운 줄 알라”는 외침과 “조 장관님 힘내세요”라는 상반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점심 시간에 휴정했다 오후에 속개된 공판에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 배후에 김 전 실장이 있다”고 폭로해 특검 수사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인물입니다.

유 전 장관은 오늘도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이 수시로 실·국장들에게 전화해 대통령 비서실장 지시라며 문화예술 활동들에 대해 세세하게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장관에서 면직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거는 김기춘 전 실장에게 여쭤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실장의 부당한 지시에 순순히 따르지 않아 ‘괘씸죄’에 걸려 장관직에서 쫒겨났다는 겁니다.

[스탠드업]

블랙리스트는 있었지만 그게 범죄는 아니라는, 자신들에 대한 특검 기소는 ‘편견’과 ‘오해’라는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그 자신들이 법률 전문가인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과 특검의 치열한 법리 다툼은 이제 1회전이 끝났습니다.

법률방송뉴스 김효정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