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피해자 사례 소개... 성추행·사이버성폭력 등
“상담·고소 건수 증가하지만 피해자 지원은 미비” 지적
피해자 법률지원 개선 및 상담소 전문인력 충원 제시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지난 10년간 전국 170여개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했던 내용들을 총체적으로 되짚어 보는 토론회가 오늘(29일) 열렸습니다. ‘이슈 플러스’, 신새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오늘 열린 포럼은 어떤 포럼인가요.

[기자] 네. 여성가족부와 한국성폭력상담소, 그리고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미투가 말한 것, 말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습니다.

전국 170여개 성폭력상담소들이 10년간 상담했던 현황들을 분석한 것, 특히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4개 상담소의 무려 1만5천회의 상담일지 중 3천500여개의 상담 및 지원과정들을 심층 분석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성폭력 논란이 거셌던 지난해 이 미투 운동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미친 효과와 의미, 그 이후의 과제들을 분석하는 자리였습니다.

[앵커] 분석 대상이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토론회 초점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오늘 토론자들은 대중이나 언론이 성폭력 피해자들의 폭로나 그 폭로 내용, 당한 사람은 누구고 가해자는 누군지 이런 것들엔 많은 관심을 가져왔지만, 그 이후 피해자들이 어떻게 권리를 보장받는지 피해구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공통되게 지적했는데요.

오늘 발표를 맡은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이번 자료들은 피해자 상담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는 자료로서 성폭력 근절을 위한 역사적 사료이자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분석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 이후 어떤 경험을 했고, 대처는 어땠는지, 어떤 지원을 기대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다는 게 김보화 책임연구원의 말입니다.

아무래도 미투 강풍이 분 이후 여러 폭로들이 이어지긴 했지만, 공식 통계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성폭력 관련 지원기관의 지원 내용이나 형사·사법 절차, 또 2차 피해 경험 등이 이번 포럼에서 공개가 된 건데요.

이로 인해서 여전히 피해자들을 말 못하게 하고 있는 것들은 뭔지, 어떤 사회 구조가 이를 막고 있는 건지 등에 대해 되짚어 봤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일종의 사례 분석이 됐을 것 같은데 제시된 사례들이 있나요. 

[기자] 일단은 이번 자료들은 바깥으로 공개하기 어렵고 조심스러운 피해자들의 상담 사례들이 담겨있어서 그들의 실제 말을 그대로 인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피해 사례 유형만 말씀드리자면 성추행, 강간, 사이버성폭력, 스토킹, 음란전화 순으로 피해가 집계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범죄의 비율이 2006년엔 전체 성폭력 범죄 중 약 3.6%를 차지했었는데, 2015년엔 24.9%라는 엄청난 비율로 늘어나면서 카메라나 온라인,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성폭력의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담과 고소 건수에 비해 이런 성폭력의 기술적 삭제까지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곳이 매우 적어 피해자 지원의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오늘 포럼 참가자들의 지적입니다.

[앵커]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가 창궐하고 있는 것 같은데, 미투 관련해선 어떤 말들이 나왔나요.

[기자] 용기내서 고백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들의 다방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 못하고 있는 사건’들이 훨씬 많다는 게 토론자들의 의견입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나 아동·친족 성폭력, 직장 내 권력관계 등 문제제기 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어서 이미 공소시효·소멸시효가 지난 사건들, 또 기존 성폭력 대응 정책으로는 처벌이 힘들거나 가벼운 처벌을 할 수밖에 없는 피해 사례들이 아직도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성폭력피해자 지원체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됨에도 이 미투운동에 대한 반격의 일종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도 계속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참가자들의 지적입니다.

수사 또는 재판과정에서, 언론의 보도방식에 의해, SNS나 온라인상 악성댓글, 또 무고죄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등 역고소 등으로 이뤄지는 이 2차 피해로 인해 여전히 피해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는 겁니다.

[앵커] 대안이나 해결책이 논의됐을 것 같은데 어떤 말들이 나왔나요.

[기자] 일단 성폭력 관련법에 대해서 현재 있는 것들은 뜯어 고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법이 있어도 해석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경험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 이유인데요.

그 방법의 일환으로 공소시효·소멸시효를 연장 하거나 혹은 폐지하자, 비동의간음죄 신설, 역고소를 남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자는 등의 제언이 나왔습니다.

성폭력 관련 법 해석과 집행 과정에선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점으로 꼽히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판단 기준을 높이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제고해서 피해자들이 확신을 가지고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 외에도 국선변호사와 같은 피해자 법률지원 제도를 개선하고, 앞서 잠깐 말씀드렸듯이 피해를 상담하고자 상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상담소가 이 모든 것들을 소화하기가 좀 힘든 상황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한 전문인력 충원과 더불어 지원 강화가 필요하지 않겠냐 하는 말도 나왔습니다.

[앵커] 네. 총제적으로 한 번 손을 봐야 된다라는 것 같은데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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