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우선 기소... 이규진·이민걸 등 추후 기소할 듯
[법률방송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을 우선 기소하고 나머지 연루 법관들은 선별해 추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같은 방침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이후 전직 사법부 최고 수뇌를 구속한 만큼 일선 법관 등에 대한 형사책임 대상 범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사법농단 의혹 연루자 가운데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별해 다음 달 중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다음 달 12일 이전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면선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정도만 우선 함께 기소하고, 나머지 연루자들은 월말까지 시간을 두고 기소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선 시기와 상관없이 검찰 기소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재판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내부 문서 반출과 파기에 대해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를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은 다만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성립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진 않았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과 함께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2명의 고법 부장급 판사들도 유력한 기소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민걸·이규진 고법 부장판사들은 최근 법관징계위에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각각 받았다.
검찰은 이민걸 전 실장이 일제 강제징용 손배소송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차장과 함께 외교부와 실무 협의에 참여하는 등 재판거래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옛 통합진보당과 관련한 소송에서 재판부 심증을 파악하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헌법재판소의 주요 사건 심리의 경과를 보고받은 점 등이 징계사유로 인정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이 양 전 대법원장과 직접 대면하며 지시를 받거나 보고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의 기소 여부도 관심거리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공관 회의에 참석하는 등 재판거래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에 대해선 후임인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법원행정처장과 비교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이인복 전 대법관도 2014년 12월 옛 통진당 재산 국고귀속 소송 처리방안을 담은 법원행정처 내부문건을 중앙선관위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소 대상자로 거론된다.
검찰은 이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주요 수사대상자"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 수사에 대해 "특정인 개인 일탈이 아닌 업무 상하관계에 따른 지시관계 범죄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시를 받고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 심의관 출신 지방법원 부장판사급들에 대한 기소 여부는 지시나 강요에 의한 단순 가담이냐, 적극적으로 가담했냐 판단 여부가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서 단순히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는 직권남용 혐의 피해자 수준을 넘어 사법농단 의혹 실행자로서 적극적으로 가담한 의혹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기까지 검찰은 100명 안팎의 전·현직 판사를 수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검찰은 또 징용소송 재판거래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가 가능한지 법리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 재판청탁 의혹이 드러난 전·현직 의원을 상대로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의 양 전 대법원장 기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이 최근 판사 출신인 연수원 23기 이상원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추가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재판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97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이상원 변호사는 2008년 서울고법 판사를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1999년 서울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같은 법원에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의원 사위이기도 한 이상원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첫 검찰 소환조사를 마치고 나서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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