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전세보증금 등 현금성 채권부터 가구까지 압류“
"천문학적 가압류 금액, 대상자 95% 결국 노조 탈퇴"
"가압류 대상 노동자,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손상"
"개인에 대한 손배 금지, 손해배상액 상한액 제한해야"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오늘(24일) 국가인권위에서 손배 가압류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대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열렸다고 합니다. ‘이슈 플러스’, 신새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발표회 어떤 자리였나요.

[기자] 네. 오늘 인권위에선 시민단체 ‘손잡고’를 비롯한 심리치유센터 ‘와락’, 오랫동안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연구해 온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 등이 참여한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노조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가압류 실태와 이 손배 가압류라는 것이 대상 노동자들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막연히 ‘고통이 심하다’ 이런 정도가 아니고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배 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에 대한 전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이고도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발표됐습니다.

[앵커] 의미가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일단 지난 10개월 사이 손배 가압류를 당한 노동자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 박주영 박사는 "오래된 노동 이슈임에도 학자나 연구자조차 손배 가압류가 얼마나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지, 아프게 하는지 밝혀낸 바가 없다“ 

"오늘 발표 자료는 손배 가압류 노동자의 노동권 실태와 건강에 대해 처음으로 이루어진 실태조사 결과“라고 의미를 밝혔는데요.

일단 설문조사 대상 노동자는 모두 236명, 즉 지난 10개월간 사측으로부터 손배 가압류를 당한 노동자가 확인된 것만 236명이라는 얘기입니다.

[앵커] 10개월간 236명이면 적지 않은 숫자인 것 같은데, 하루에 한 명꼴로 대한민국 어디선가는 어떤 노동자가 손배 가압류를 당했다는 건데 액수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네. 일단 손해배상 청구 금액을 보면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이 40%로 가장 많았고요. 200억원 이상 경우가 2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노동자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액수를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하고 이에 대한 가압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가압류나 압류가 결정되면 일단 임금이나 통장, 전세보증금 등 현금성 채권은 다 묶어버리고 부동산이나 하다못해 가구나 가전제품 같은 동산 압류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 발표를 맡은 박주영 박사의 말입니다.

[앵커] 좀 많이 그러네요. 그런데 가압류 사유는 어떻게 되나요. 법원에서 가압류를 받아주려면 뭔가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기자] 네. ‘점거에 따른 업무방해’가 전체 응답자 중 74.2%로 압도적이었습니다. 10에 7~8건이 점거를 사유로 한 손배 가압류라는 얘기인데요. 파업 중 점거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여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 발표회 참가자들의 말입니다.

여기에 가압류는 본안 소송도 아니어서 법원이 웬만하면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실제 이런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손배 가압류를 당한 95%가 결국 노조를 탈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회사 입장에선 효과가 확실하네요.

[답변] 네. 다른 문제는 이런 결과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극심하게 피폐해진다는 점입니다.

근골격계 통증이나 치아 이상 등을 달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손배 가압류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약 10배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금 보시는 게 우울 증상 체크 문항인데요. 남성 노동자의 60%, 여성 노동자의 70%가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 역시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약 10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심지어 응답자의 약 30%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래서 해결책으로는 어떤 방안들이 제시됐나요.

[답변] 일단 법원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선 쟁의행위에 대해서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무슨 근거로 노동자에게 막대한 금액을 배상하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쟁의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취급하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오늘 발표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법률원 송영섭 변호사의 성토입니다.

이 밖에도 노조가 아닌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 손해배상액 상한의 제한 등 여러 법제도 개선 방안들이 제시됐습니다.

[앵커] ‘갚을 수 없는 돈’을 앞세운 노동자 피 말려 죽이기, 노조 파괴,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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