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등 '혐의 인정'... "여러 욕심으로 생긴 일" 특검 "박 전 대통령, 김영재에게 리프팅 실 왜 안주냐고 타박" 특검 "최순실 추천 비선 의료인들 청와대 출입 주치의도 몰라"

 

 

[리포트]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 17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던 진도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입니다.

입술 오른쪽 입주름이 있는 자리에 엷게 푸르스름한 멍 자국 같은 것이 보입니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의 다른 사진들에서 비슷한 멍 자국이 여러 차례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을 포함해 보톡스나 필러 같은 미용시술을 수시로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뒤인 지난해 12월, 급기야 ‘비선 진료’ 청문회까지 열립니다.

증인으로 나온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용시술 의혹을 전면 부인합니다.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2016년 12월 4일 국회 청문회]

“김영재 증인은 대통령 안면 시술하신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

"전혀 없습니까?" "네."

"한 번도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오늘 오후 열린 김영재 원장과 부인 박채윤씨 등에 대한 첫 공판에서 특검은 비선진료 수사 결과를 조목조목 밝혔습니다.

특검은 먼저 모두진술을 통해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도 비선진료인들이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대통령을 상대로 검사와 처방, 투약을 했다. 

이른바 ‘기치료 아줌마’나 ‘주사 아줌마’ 같은 이들이 청와대를 수시로 들락날락했는데도 주치의는 관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청와대 의료 체계의 난맥을 질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영재 원장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의료법 위반,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대통령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보톡스 시술 등 의료행위를 하고도 기록을 남기지 않은 혐의, 

40여 차례에 걸쳐 가족 등의 이름으로 허위 차트를 작성해 프로포폴을 빼돌린 혐의, 

안종범 전 수석 부부에게 해외 진출 등과 관련해 1천800만원짜리 공짜 미용시술을 해준 뇌물 혐의 등입니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는 수십 차례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처방하고도 최순실씨를 진료한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순실씨의 생년과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을 조합하는 방식 등으로 가공의 허위진료기록부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영재 원장 등은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 인정하는 바”라며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습니다.

김 원장은 모두진술을 통해 “저희의 탐욕이나 교만에 의해 저지른 일도 많았고, 여러 가지 욕심에 의해 생긴 일들”이라며 “반성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장 부인 박채윤씨는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며 ”정말 서럽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김상만 전 자문의는 “처음 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 실명 공개를 꺼려했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실명을 꺼려했기 때문에...” 라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진료는 했는데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는 없고, 허위 기재는 인정하지만 정황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청문회 위증 혐의를 받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이 열렸습니다.

공판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영재 원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왜 리프팅 시술용 실을 주지 않나’라고 재촉했다는 김영재 원장의 특검 진술조서가 공개됐습니다.

조서에 따르면 김 원장은 “처음 만났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주치의가 리프트 시술용 실을 달라고 하는데 안 줬나요’라고 물어봤고, “이에 ‘아직 허가받은 제품이 아니라서 드릴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고 돼 있습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 이병석 박 전 대통령 당시 주치의와 함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용시술을 계획했으면서도 청문회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진술한 위증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대통령의 피부 미용에 대해 고민해 달라” “비밀은 꼭 유지해야 한다”는 등 정 교수가 이 전 주치의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정 교수를 압박했습니다.

정 교수 측은 그러나 이에 대해 “공소 사실과 무관하거나 직접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것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달 24일 두 번째 공판에서 이병석 전 주치의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스탠드업]

비선 진료 관련 재판은 사안이 복잡하지 않고 피고인들이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어 판결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가능한 속전속결로 비선진료 의혹에 대한 판단을 내릴 방침입니다.

법률방송뉴스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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