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후지코시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후지코시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률방송뉴스]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로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이 일본 군수기업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해 법원이 4년여 만에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임성근)는 18일 김계순씨(90)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27명이 일본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후지코시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후지코시는 태평양 전쟁 당시 어린 소녀들에게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 주고 상급학교도 보내준다’며 1천89명을 데려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당시 12~18세였던 피해자들은 이 같은 교사들의 권유로 근로정신대에 지원해 일본 도야마시의 후지코시 공장에서 급여도 받지 못하고 매일 10~12시간씩 군함·전투기 부품을 만드는 작업 등을 했다.

지난 2003년 피해자들은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됐다”며 후지코시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어 2011년 일본 최고재판소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2년 5월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고, 일본 법원 판결의 국내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자 이후 피해자들은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이번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동원기업에 대해 위자료 청구할 권리는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일본에서 있었던 판결의 효력에 대해서는 일본 재판부가 피고에 대해서 안전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청구권협정에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이유로 기각했으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사회질서 위반, 선량한 풍속 위반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는데 그런 주장으로 손해배상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1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가 너무 많아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대부분 10대 초반이었는데 위험한 작업에 종사했고, 70년 넘게 보상·배상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믿고 따른 교사 등을 동원해 기망·회유·협박해 지원하게 한 점을 볼 때 위자료가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판결이 확정되면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천만~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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