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 나오면 정규직 시켜준다더니... 엄동설한에 공장폐쇄, 길거리 나앉은 미소페 제화공들
대법 판결 나오면 정규직 시켜준다더니... 엄동설한에 공장폐쇄, 길거리 나앉은 미소페 제화공들
  • 김태현 기자
  • 승인 2019.01.16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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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 보수 아닌 개수 임금제, 1년차와 10년차 노임 같아“
"근로계약 아닌 도급계약 체결, 퇴직금·실업급여도 못 받아

[법률방송뉴스] 미소페라는 국내 유명 구두 브랜드가 있다고 합니다.

이 미소페에서 신발을 만들어 왔던 제화공 수십 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하는데, 미소페 구두를 사 신어야 되는지, 어떤 사연인지 ‘심층 리포트’ 김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사장제를 철폐하라’는 손팻말을 든 제화공 수십명이 서울 성수동 미소페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구두 브랜드 미소페를 보유한 비경통상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 국내 제1공장을 폐쇄하고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엄동설한에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된 제화공들이 생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겁니다.

[황규철 제화공 / 미소페1공장 해고자] 
“그래서 저희들은 추운데 어디 가냐, 그랬더니 자기네들은 알바아닌 식으로 애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그냥 쫓겨나다시피 나온 거예요. 그래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는 이 길 밖에...” 

이들 제화공들은 길게는 십년 이상 미소페 공장으로 출근해 구두를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미소페 측은 이들 제화공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구두 한 족 납품에 얼마’ 하는 식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해 임금 아닌 임금을 지불해 왔습니다.

이에 제화공들은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미소페 측에 요구했고 미소페 측은 또 다른 유명 구두 브랜드인 소다 제화공들이 낸 소송 결과를 보고 근로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제화공들에 통보했습니다.

[정기만 지부장 / 민주노총 제화지부] 
“소다라는 회사에서 대법원에 퇴직금 소송이 들어가 있었는데 대법원 판례가 나오는 대로 승복을 하겠다 이렇게 하고, 그러면 이분들이 지금까지 일을 해오면서 미소페 브랜드의 일을 한 거지 딴 브랜드에서 일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 해 11월 29일 소다 제화공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미소페 제화공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자신들도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계약을 체결해 달라고 미소페 측에 요구했지만, 미소페 측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덜컥 공장 폐쇄와 중국 이전이라는 제화공들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결정을 내린 겁니다.

[황규철 제화공 / 미소페1공장 해고자] 
“최소한도 우리가 엄동설한에 굶어 죽지 않게는 해줘야 되지 않냐 이거에요. 자기네들 돈이 없다 하면서도 그러면 무역하는 사람이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비경통상은 지난해 전년 대비 24% 증가한 81억 6,6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 정도 증가한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장을 폐쇄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제화공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국내 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겁니다.

미소페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미소페 관계자]
“지금 담당분이 외근 중이시고요, 저희가 연락처 있으니까 저희가 전화 드릴게요. 좀 윗분이셔서 외근이 많으세요, 저희가 뭐 말씀드릴 게 있으면 연락을 드릴 거 같은데요...”

미소페 제화공들은 그동안 이른바 ‘개수 임금제’ 라고 해서 1년 된 신참이든 수십 년 된 고참이든 만든 구두 개수에 따라 노임을 받아 왔습니다. 

그나마도 이런저런 트집을 잡혀 제대로 다 받지 못했다는 것이 제화공들의 말입니다.

[정기만 지부장 / 민주노총 제화지부]
“그니까 많이 하다보면 에러의 가능성도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실수가 조금 나왔다고 해가지고 50만원, 100만원씩 까버리면 일주일 동안 일했던 부분이 싹 다 날아가 버리는...”  

제화공들은 미소페에서 그동안 근로자로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4대 보험 처리도 안 되어왔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딱하고 막막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노동청 관계자]
“고용보험 취득이라는 행위자체를 하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한테 기록이 없는 거고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업급여의 지급대상이 아니예요.”

제화공들은 미소페 구두를 납품 받는 롯데백화점에 앞에서 시위를 이어 나가며 미소페를 압박한다는 계획이지만 롯데백화점이 제화공들의 편을 들어줄지는 그야말로 기약 없는 일입니다. 

집회에 참석한 제화공들은 회사가 대화에 응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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