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욱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지난 회에는 채무의 상속을 피하기 위한 방법인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 대하여 알아 보았습니다. 이번 회에는 상속개시 시 일반적으로 상속인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와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필자는 두 살배기 딸아이의 어머님으로부터 상속포기와 관련된 도움을 요청받은 일이 있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의뢰인은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3년 전에 결혼하여 이제 두 살 된 딸아이의 어머니였습니다. 남편은 30대 초반으로 무역업을 하는 자영업자였고, 의뢰인은 평범한 가정주부였습니다.

문제는 남편이 30대 초반의 젋은 나이에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남편이 사업상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의뢰인은 딸아이와 같이 상속포기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채권자들은 의뢰인과 딸을 상대로 남편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상속포기로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소송이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편이 사망하고 별다른 재산이 없던 의뢰인은 남편의 장례식을 위하여 사망한 남편의 현금카드로 남편의 통장에서 300만원을 출금하여 장례비용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재판 도중에 밝혀졌고, 채권자의 변호사는 이를 빌미로 의뢰인과 딸이 채무를 상속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르면,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 단순승인으로 의제(재산이든 빚이든 모두 상속한다는 의미입니다)하게 되어 있는 바, 의뢰인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인 예금을 출금(처분)하였기 때문에 채무도 모두 변제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채권자의 변호사는 상속포기를 심리하는 법원에 출금 증거들을 보내어 의뢰인과 딸의 상속포기를 불허하여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고, 법원 역시 그 주장을 받아들여 상속포기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이 상태에서 저를 찾아왔는데, 상속포기 기각 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제기하고, 관련 고등법원 판결을 근거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상속포기가 적법하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즉, 의뢰인이 상속재산인 예금을 출금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의뢰인을 위하여 의뢰인이 취득한 것이 아니고, 사망한 피상속인을 위한 장례비용으로 사용한 것이니, 이를 ‘상속재산의 처분’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적정 수준의 장례비라면 이는 상속인이 아닌 피상속인(사망자)을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아 상속재산의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참고로 재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장례비는 300만~500만원 수준입니다).

상속재산의 처분 이외에도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 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단순승인으로 의제되며, 여러 명의 채권자 중 특정인에게 임의로 우선 변제하는 경우에는 다른 채권자들에게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여야 합니다.

참고로 가족의 사망 시 의외로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사망 이후에 사망자 명의의 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하는 경우인데, 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니 반드시 주의를 요합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 아버님의 부동산을 이전하거나 보험금을 찾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아버님 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에서부터, 법인 임원 변경 등기, 인감증명서 발부, 각종 서류의 구비를 위하여 범죄인줄 모르고 사망한 분 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조태욱 ·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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