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상식, 정의가 살아 숨쉬는 사회"... 양 전 대법원장에게 원칙과 상식, 정의는 무엇인가

[법률방송뉴스] "재판 독립 없이는 민주주의도 존속할 수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1년 9월 자신의 취임사에서 한 말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D-1, 취임사에서 마지막 기자회견까지 양 전 대법원장의 말들을 뒤돌아봤습니다.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카드로 읽는 법조'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1년 9월 취임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함에 있어 어떤 형식의 부당한 영향도 받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 바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듬해 신년사에서도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아무런 불편과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양 당시 대법원장. 그러나 신년사가 무색하게 사법부에는 '판사 블랙리스트'라는 초유의 음습한 곰팡이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2013년 1월 신년사에서 양 대법원장은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는 보다 따뜻한 법원이 되겠다"고 강조합니다. 

같은 해 9월 신일철주금 등 일제 전범기업들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 대법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장을 냅니다.

해가 바뀐 2014년, 양 대법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신뢰'와 '소통'을 얘기합니다. 

그러나 사법부의 실상은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장관 등과 법원 고위 인사와의 강제징용 재판거래 논의를 위한 '비밀 공관회동',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정의로운 재판으로 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사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재판 모습" 2015년 1월 신년사에서도 양 대법원장은 '정의로운 재판'이라는 금과옥조를 입에 담습니다. 

그러나 사법부 실상은 역시 박정희 정권 시절 조작간첩 사건 등 일련의 과거사 배상금 판결을 깨는 파기환송 결정, 그리고 양 대법원장은 2015년 8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의 독대자리에서 "국가 배상금을 줄였다"는 말을 자랑스레 합니다.

2016년 1월 양 대법원장은 언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법부는 '새해에도'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강제징용 일제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를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만나 관련 대책을 논의합니다.

양 대법원장에게 귀를 기울여야 할 '국민'은 강제징용 피해자인지, 전범기업 대리 변호사인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회동을 한 것인지 정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6년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 1월 양 대법원장은 "원칙과 상식, 그리고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를 얘기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박 대통령 탄핵 심판 헌재 기밀자료 등을 파견 법관을 통해 탈취합니다.

양 대법원장에게 원칙과 상식, 정의는 무엇인지 이 또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법관은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 독립을 지켜야 할 헌법적 의무와 책임만 있다"던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제 재판 독립 그 헌법적 의무와 책임을 앞장서 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 나옵니다.

"어떤 재판에도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고 항변했지만 검찰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의 정점이자 몸통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라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노조의 오늘(10일) 논평입니다.

법원노조는 "법원 내 적폐세력 결집 의도다. 양승태가 서야 할 곳은 검찰 피의자 포토라인이다"라며 "기자회견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형사사건 피의자 신분 검찰 소환. 내일이면 그 불행한 역사의 현장이 펼쳐집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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