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 11일 검찰 출석 앞서 대법원서 기자회견
대법원, 양 전 대법원장에 대법 청사 내부 제공 여부 미정
양 전 대법원장측 "장소 미 제공시 대법 앞에서라도 할 것"

[법률방송뉴스] ‘사법부 흑역사’를 새로 쓴다고 표현을 했는데요.  전직 대법원장으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모레(1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기로 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측은 검찰이 출석하라고 통보한 11일 오전 9시 30분, 그 30분 전인 오전 9시, 대법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파문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생각과 소회 등을 밝히고 검찰청자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모양 빠지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며 검찰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에게 취조 받는 것처럼 입장을 밝히느니 자신이 대법관과 대법원장으로 근무한 대법원에서 작금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고 검찰에 출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입장발표 장소는 아직 대법원과 조율이 안 된 상태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이 청사 내부에서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으면 대법원 정문 밖에서라도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합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고위 인사가 검찰 출석 전에 다른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최근 사례만 봐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검찰 소환 당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히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처신을 보고 두 가지 궁금한 점, 의문점이 듭니다.

하나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히는 것과 굳이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 장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후배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허락을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발표했는데, 대법원이 “부적절하다. 대법원 청사 안에선 안 된다”해 버리면 그것만큼 모양 빠지고 수모도 없을 텐데 왜 그럴 수도 있는 일을 자처했는지 하는 의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발표하겠다는 입장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관련해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내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법원 쪽에 '단결'을 요구하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사건을 법원 내부에서 종결짓지 않고 검찰에 넘겨 작금의 사태에 이르게 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대법원 앞 입장 발표’라는 코스프레로 어필해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입장 발표 당일 지켜봐야겠지만 양 전 대법원장 입에선 아마도 법원에 대한 ‘애정’과 본인이 한 일들에 대한 ‘선의’, ‘사법부 독립’ 같은 워딩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논리학에서는 ‘의도의 오류’라고 하기도 하는데, 백 번을 양보해 양 전 대법원장의 의도가 법원과 사법부를 위한 ‘선의’였다고 해고 그 의도가 잘못된 수단과 행위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거래’는 어떤 선의와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뭐라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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