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오는 1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 피의자 신분 검찰 소환 통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형사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11일 검찰에 출석하라는 소환 통보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사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법원과 검찰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4일, 양 전 대법원장에게 11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소송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통보와 관련 “오랜 시간을 두고 미리 통보한 만큼 이날 출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한 달간 강도 높은 보강 조사를 벌여 왔다.

검찰은 그리고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대신 바로 양 전 대법원장 피의자 소환이라는 승부수를 띄었다.

일단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 실무 책임자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일부 사안에 대해선 후배 법관들이 과잉 충성을 한 것도 있다며 책임을 후배 판사들에 미루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헌 전 차장이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이 받는 혐의들이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연관돼 있어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는 더 크고 방대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장으로 재임했을 때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으며 재판을 놓고 흥정한 적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재판 개입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어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하더라도 혐의를 부인하거나 임 전 차장처럼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임종헌 전 차장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들이 혐의를 부인하며 일부 드러난 사실에 대해선 후배 법관들에 책임을 돌리는 태도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를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혐의를 모두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 관련 구체적 진술이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 했다면 헌정 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전직 대법원장 피의자 소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는 없었을 거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등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만나 재판 절차를 논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또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자필로 결재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입증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보고 체계가 처장만 원장에게 보고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은 큰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여서이지 단순히 양 전 대법관에 이르기 위한 단계로 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궁극적인 책임은 양 전 대법원장에 있고 박병대·고영한 두 대법관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도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이다.

이에 맞서 몇 달 전부터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온 양 전 대법원장은 기본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며 구체적인 개별 혐의에 대해선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검찰 수사에 임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예측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이 닷새가 남은 만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대한 추가 조사를 포함한 보강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재판거래와 관련된 청와대와의 교감을 확인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옥중 조사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사상 초유 전직 대법원장의 형사사건 피의자 신분 소환을 앞두고 검찰과 법원 안팎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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